그래, 이거야!
글을 쓰는 이유가 뭐였더라...
언제나 그랬듯 글쓰기의 벽과 마주하던 나날이었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어김없이 몸과 마음을 억누르는 피곤함. 쓰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행동으로 옮기기가 여간 힘겨웠다. '다시 한번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을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브런치에서 처음으로 '작가'라고 불러줬던 것처럼 이곳에선 나를 '기자'라고 표현했다. 기자라니.. 낯간지러운 느낌이 올라왔다. 일단, 한 번도 기사를 써본 적이 없기에 부담없이 써왔던 글을 '사는 이야기'에 올려보자고 내 자신과 합의를 봤다.
요즘 크나큰 인기를 얻었던 힘일까. 아내에게 포켓몬 빵을 사다 준 아빠의 이야기를 올렸더니 뜨거운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여러 논란도 많았던 소재였지만 독자들은 며느리를 생각하는 시아버지의 마음에 감응했다.
25년 전 임신 중 수박 먹고 싶다 했더니 수박 맛 아이스크림을 사 온 남편 이야기를 시부모님 앞에서 했는데 백화점 가서 수박을 사다주시던 아버님 생각이 나네요. 지금 같지 않아서 겉은 수박인데 속은 참 맛없던 제철 아닌 수박 너만 먹어라 하셔서 힘들게 먹었는데. 그때 그렇게 아껴주시던 아버님 보고 싶어요
<bmki****님의 댓글>
27년 전 첫아이 임신 때 떡볶이가 먹고 싶다던 어린 며느리 한마디에 더운 여름에 자전거로 멀리 있는 시장까지 가셔서 떡볶이를 사 오셨는데 그게 오는 길에 상한 건지 애초에 상한 걸 파신 건지 여하튼 시큼한 떡볶이를 앞에 두고 얼굴이 벌겠게 달아오르고 땀을 비 오듯 흘리시는 아버님 앞에서 너무 감사해서 상했다 말도 못 하고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며느리 사랑이 듬뿍 담긴 떡볶이 여서 그런지 아무 탈 없이 소화도 잘 시켰죠..^^
<magi****님의 댓글>
저마다 모습은 달라도 가시고기 같은 부모의 사랑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 어쩌면 글쓴이가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 이런 게 아닐까? 덕분에 마음이 촉촉해지는 순간이었다.
'글을 쓰는 이유가 뭐였더라.'
늘 마음속으로 던지던 질문에 대한 답이 선명해지고 있다.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글. 내 곁에 소중한 사람을 떠올릴 수 있는 글. 인생은 분명 힘겨운 일들의 연속이지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순간이 늘 곁에 있었다고 생각되는 글.
나는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 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