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카페로 모이는 우리
“형! 오늘 풋살 나올 수 있어요?”
“아~ 가고 싶은데 와이프 눈치 보이네... 어제 저녁에도 축구하고 왔거든.”
아이가 태어난 후, 선배와 나는 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더 풋살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대화가 오고 가곤 했다. 육아휴직을 시작한 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 애 콧물이 좀 나는 데 어쩌지.”
“형 괜찮아요. 태평이도 콧물 나서 상관없어요. 오늘도 거기서 만날까요?”
“나야, 그럼 고맙지. 그럼 거기서 보자!”
같은 시기에 육아휴직을 한 우리는 일주에 한 번씩 키즈카페에서 만난다. 서로의 아이를 함께 데리고 말이다. 둘 중 한 명이 아프기라도 하면 못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시간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위로를 받을 수 있는지 선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저녁에 풋살을 하러 나갈 때 느껴지는 아내의 따가운 시선도, 육아를 전담하며 느낀 고통도 선배와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여기 키즈카페는 미역국도 준다니까. 밥 안 해도 되니까 너무 편하더라”
“그 옆에는 24개월 미만이면 50% 할인해 준대. 두 돌 되기 전까지 애용해야겠어.”
“확실히 타요 캐릭터 있는 키카는 너무 비싸. 아직 뭘 모르니 싼 게 비지떡이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놀아주면서도 수많은 대화를 나눈다. 아기 반찬을 고민하는 이야기, 아이는 어떻게 재우는지, 어느 키즈카페가 더 가성비가 좋은지 말이다. 따끈따끈한 기저귀 할인소식을 공유하는 순간 어느새 우리 모두 ‘찐육아인’이 되었음을 느끼곤 한다.
나는 돌 무렵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 선배는 20개월이 넘은 아이의 육아를 홀로 전담하고 있다. 하루종일 혼자 돌보는 게 힘들 법 한데 아이에겐 늘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아이가 떼를 쓸 때면 나는 똑같이 화내는 경우가 많은데, 선배는 “배 즙을 먹으러 가자.”거나 “엄마가 집에 왔으니 보러 가자거나.”하는 방법으로 아이를 회유한다. 육아선배에게 늘 한 수 배운다. 그런 선배도 가끔은 하소연을 한다.
“애기 밥 한 끼만 누가 해줘도 좋을 것 같아. 밥 뭐해줄지 똑같은 고민만 해서 너무 무료해”
“자유시간에 하려고 디아블로 CD도 샀는데 금방 질리더라고.”
오랜만에 친구들과 1박 2일 모임에 다녀왔는데 코로나에 걸려서 무진장 당황스러웠다는 이야기, 매주 두 번씩 꼬박꼬박 풋살 하러 나간다고 잔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 충치를 치료받아야 하는데 병원에 갈 때마다 아내가 일찍 퇴근해야 해서 미안하다는 이야기 등 육아를 전담하는 삶 속에서도 끝없는 눈치를 봐야 하는 아빠들의 삶이란 쉽지 않음을 토로하곤 한다. 그럴 때면 진한 공감의 눈빛을 보낸다. 마음으로 함께 울어주는 것이다.
“부럽다. 이제 복직하면 보기 힘들겠네.”
바닥을 휘저으며 기어 다니던 아이들이 어느새 치즈고구마스틱을 먹으며 걸어 다니고 있었다. 벌써 이번 달이면 육아휴직이 끝나게 된 것이다. 선배는 6개월의 기간이 더 남았다. 서로에게 든든한 육아동지가 되어주었는데 먼저 복직한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키즈카페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선배의 뒷모습을 보며 행운을 빌었다. 언젠간 아이들끼리 풀어놓아도 잘 놀 수 있는 날이 오길. 선배의 식단 고민이 줄어들길. 복직하는 나도, 휴직을 이어가는 선배도 부디 아프지 않고 덜 눈치 보는 삶을 살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