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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독서

무라카미 하루키

by 식이타임

나는 책을 읽지 않는 아이였다. 엄마가 고민 끝에 동화책 수십 권을 구입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부족한 형편이었지만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나는 그중 두세 권만 읽었다. 최근에야 엄마에게 그 사실을 고백했다. 엄마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엄마 미안.) 어릴 땐 통통 튀는 공이, 모니터 속 화면이 더 좋았다.


우리 집에 불이 난 뒤 아빠는 책을 사라며 나에게 돈을 쥐어주셨다. 어떤 책부터 사야 할지 고민했다. 당시 영풍문고 베스트셀러 1위였던 책을 집어 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였다.


책은 정말 두꺼웠다. 당시 교과서 중 가장 두꺼웠던 '사회과 부도'의 3배 두께였다. '과연 내가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잠시 며칠 만에 1권을 돌파했다. 2권을 서둘러 구입해 완독 했다. '하루키 책이 야해서 그런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정답이다. 그런데 야하면서도 문장 하나하나가 나를 빠져들게 만들었다. 자연스레 나는 하루키의 팬이 되었고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렉싱턴의 유령' 등을 차례로 읽었다.(1Q84 4권을 기다린다.)


하루키 소설 속 주인공은 공통점이 있다. 친구들과 우르르 어울리지 않는다. 항상 홀로 무언가를 묵묵히 하는 사람이다. 운동도 '수영'같은 혼자서 하는 운동을 즐긴다. 나와 사뭇 다른, 강한 내면을 형성한 주인공을 좋아했다.


하루키 작가 덕분에 나는 지금 책을 좋아하게 됐다. 어릴 때 읽지 않았던 만큼 읽어가고 있다. 하루키 작가는 어른이 된 나에게 좋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비스킷 통에 여러 가지 비스킷이 가득 들어있고,
거기엔 좋아하는 것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게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걸 자꾸 먹어버리면,
그다음엔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게 되거든.
난 괴로운 일이 생기면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
지금 이걸 겪어두면 나중엔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통이라고.

<무라카미 하루키>


나도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 하루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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