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균, <문학하는 마음>
“내가 내 자신이 되기가 힘들었어요. 지금은 내 생각을 언어화해서 말할 수 있지만, 그때는 내 의견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게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왜 그럴까, 나는 왜 말하려던 것과 항상 다르게 말할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혼자서 글을 쓰기 시작했죠.”
당신의 나이를 계산하다가 소리 없이 깜짝 놀랐다. 나는 해가 몇 번 더 바뀌면 곧 당신의 나이가 된다. 새삼 당신은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고, 나는 어느 시점부터 당신보다 더 어른이 되어 늙어갈 것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언젠가 당신은 나와 나의 형제가 조카들 중 가장 착하다고 했다. 나는 그때 그 순간이 곧장 아주 먼 과거가 되어 흩어져 버리는 경험을 했다. 그 뒤로 몇 번 더, 맨 정신이거나 맨 정신이 아닌 당신을 볼 때마다, 혹은 당신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 순간이 떠올랐다. 그럴 때면 항상 마음 한구석이 아리면서도 따뜻해졌다. 이런 게 ‘인상’이라는 것일까.
실감이 났다는 말은 사실 거짓말이다. 곧 서른넷이 되는 나는 아직도 스스로가 자주 철없게 느껴져서, 그때의 당신이 안쓰럽다. 오랜만에 그 여름 등산길에서 땀범벅이 된 채 뒤돌아보던 당신이 떠올라서 따뜻해졌다. 오늘은 잠깐 눈이 왔다. 이것이 나의 독서하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