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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물리에 Dec 07. 2023

일 년 중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날

스물한 번째 절기, 대설


눈 많이 왔던 날, 아마도 2019년


스물네 개 중 스물한 번째 절기, 대설(大雪)


 지금 우리는 12개로 달을 나눈 달력으로 일 년을 구분하지만, 과거 우리 조상들은 한 해를 24개로 나누어 계절을 구분해 왔다.

 나랏 백성 대다수가 농사를 짓던 시절은 달과 해를 보고 시간을 나누던 때였다.

 절기를 구분하는 것은 한반도가 아닌 중국에서 시작 되었는데,

 중국에서는 원래 달과 태양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일년을 세왔지만, 조금씩 틀어지는 시간으로 사람이 세는 것과 계절의 변화가 꼭 맞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의 생활에 맞춰 조금이라도 더 정확히 계절의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 시간에 대한 약속을 하였는데, 그것이 절기이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한 해를 24개로 구분하였고, 그 당시 가장 중요했던 일인 농사와 관련된 내용으로 각각 이름을 붙였다.

 오늘은 바로 그 스물네 개의 절기 중 스물한 번째 절기인 '대설'이다.

 대설은 일 년 중 가장 많은 눈이 내린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예로부터 오늘은 눈다운 눈인 함박눈이 내려왔던 날이었다.

몇 년 전, 눈 쌓인 남천. 빨강과 하양의 대비가 너무 황홀했다.


 하지만 오늘은 눈이 내리지도 않았고, 눈을 기대할 만큼 춥지도 않았다.

 지구온난화란 말을 듣고 자란 세대인 나는 지구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무덤덤한 것 같다.

 표어와 포스터를 그리며 환경보호를 주입받았던 초등학생시절에 엄청나게 최악의 미래를 상상했었기에, 2023년은 그때 머릿속에 그려왔던 것보다 아직은, 아직은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오늘은 과거라면 폭설을 우려해 이런저런 대비를 했던 날인데,

 '이토록 온화한 날씨라니!' 조금 무서워졌다.

 지구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아직도 플라스틱, 비닐 사용에 익숙한 내가 무섭다.

 

 지구가 살아왔던 기나긴 시간 속에서 요즘의 평년기온 상승세는 너무 가파르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각종 자연재해들이 너무 잦다.


 하지만 기껏해야 80, 90살을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이런 사실들이 잠깐 스쳐가는 일상 속 뉴스거리일 뿐이다.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인으로 매일 출퇴근을 할 때에도 날씨를 자주 보는 편이 아니었다.

 식물 가게를 열었을 때에도 실내 식물만 판매해서 그런지 기온이나 기후에 민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밖에서 살아가는 나무를 보는 일을 시작하니, 나도 모르게 날씨에 예민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과거와는 달라도 너무 달라진, 달라지고 있는 날씨가 점점 실감 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책을 통해 과거의 일로 읽어야 할 속도 같은데, 10대, 20대와 또 다른 30대의 계절을 경험하고 있자니 그 변화가 너무 빠르다.


2023년 1월, 한라수목원


일 년 중 가장 큰 눈이 내렸어야 하는 오늘,

눈이 내리지 않아 아쉽고 무서운 마음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글을 남긴다.


내년 대설은 과연 눈이 내릴까?


올 겨울은 어떤 겨울이 될지 잘 지켜봐야겠다.

눈이 펑펑 오는 대설을 위해 뜨거워지는 지구를 식혀야겠다.

일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로 말이다.


2023년 1월, 한라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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