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가장 추운 날

스물세 번째 절기, 소한

by 식물리에


지난 1월 6일 토요일은 절기상 가장 춥다는 '소한'이었다.


옛말에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름상으로 보면 소한(小寒)은 대한(大寒) 보다 덜 추워야 할 것 같은 데 막상 한국에서는 소한이 훨씬 춥다.


이런 아이러니한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중국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24절기를 우리가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절기의 기준이 되는 곳은 중국 화북지방이다. 이 지역은 러시아와 몽골이 붙어있는 중국의 위쪽으로 양력 1월 20일 경인 대한이 겨울 추위의 절정기라고 한다. 상대적으로 더 아래에 있는 한국에서는 1월 5일 경인 지금이 가장 추운 날이다. 추위가 점점 적도에서 극지방으로 옮겨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이제야 소한이 대한보다 더 추운 이유를 알 것 같다.


이렇게 추운 날, 나무를 보러 서울 낙산공원에 다녀왔다.


낙산공원의 나무 대부분은 낙엽수로 이미 잎을 전부 떨구고 겨울의 추위를 묵묵히 버텨내고 있었다.

홀가분하게 잎을 벗어던지니 다음 봄을 위해 만들어 둔 겨울눈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겨울눈은 겨울에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고 여름과 가을에 미리미리 만들어 둔 것이다. 그동안에는 잎이나 열매로 인해 잘 보이지 않다가 낙엽, 낙과 후에서야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대개 겨울눈의 존재를 몰라서 우리 눈에 전혀 띄지 않는다.



KakaoTalk_20240116_151224648.jpg 생강나무의 겨울눈 @낙산공원 2024년 1월 6일


오늘이라도 주위에 있는 나무의 나뭇가지 끝과 그 마디마디에 돋아 있는 작은 콩알이나 더 작은 좁쌀만 한 것들을 확인해 보자. 그게 바로 겨울눈이다.


겨울눈은 겨울에 볼 수 있는 '눈'으로 식물의 눈(아, 芽)은 씨앗과 비슷한 개념으로 '잎'이나 '꽃'이 될 것들을 담고 있다. 나무마다 눈의 생김새가 독특해서 잎이나 꽃, 열매가 없는 겨울에도 특정 나무를 동정(Identification, 수목이나 곤충, 병원체 등을 식별하는 것)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특징이다.



KakaoTalk_20240116_151224648_01.jpg 산수유의 겨울눈 @낙산공원 2024년 1월 6일



보통 잎눈은 작고 꽃눈은 큰데, 봄에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생강나무, 산수유, 벚꽃, 목련 등의 꽃눈이 큰 편이다. 하지만 크다고는 해도 완두콩만 한 것이 대부분이다.


겨울눈을 보고 있으면 이렇게 작은 것 안에 잎이 있고 꽃이 있다는 생각에 자꾸만 놀랍다.


작은 고추가 더 맵다

대한보다 더 추운 소한

작은 눈 안에 담긴 잎과 꽃들


어쩌면 작은 것들에 대한 존경심은 식물의 눈에서 생겨난 게 아닐까.


지금 겨울은 나무공부를 하기에 아주 좋은 계절이다. 추우니 실내에서 이론 공부를 하기에도 좋지만, 나무를 구분할 수 있는 키포인트인 겨울눈을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눈에 대한 책도 있고 포스팅도 많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쯤 꼭 미리 내용을 찾아보고 직접 눈으로 봐보길 바란다.


이제 절기상 가장 춥다는 소한도 지났으니 겨울눈을 보러 나가보자.


KakaoTalk_20240116_150304849.jpg 낙산공원의 낙조, 직접 보면 더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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