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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물리에 Jan 16. 2024

작지만, 가장 추운 날

스물세 번째 절기, 소한 


지난 1월 6일 토요일은 절기상 가장 춥다는 '소한'이었다.


옛말에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름상으로 보면 소한(小寒)은 대한(大寒) 보다 덜 추워야 할 것 같은 데 막상 한국에서는 소한이 훨씬 춥다. 


이런 아이러니한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중국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24절기를 우리가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절기의 기준이 되는 곳은 중국 화북지방이다. 이 지역러시아와 몽골이 붙어있는 중국의 위쪽으로 양력 1월 20일 경인 대한이 겨울 추위의 절정기라고 한다. 상대적으로 더 아래에 있는 한국에서는 1월 5일 경인 지금이 가장 추운 날이다. 추위가 점점 적도에서 극지방으로 옮겨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이제야 소한이 대한보다 더 추운 이유를 알 것 같다.


이렇게 추운 날, 나무를 보러 서울 낙산공원에 다녀왔다.


낙산공원의 나무 대부분은 낙엽수로 이미 잎을 전부 떨구고 겨울의 추위를 묵묵히 버텨내고 있었다.

홀가분하게 잎을 벗어던지니 다음 봄을 위해 만들어 둔 겨울눈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겨울눈은 겨울에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고 여름과 가을에 미리미리 만들어 둔 것이다. 그동안에는 잎이나 열매로 인해 잘 보이지 않다가 낙엽, 낙과 후에서야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대개 겨울눈의 존재를 몰라서 우리 눈에 전혀 띄지 않는다. 



생강나무의 겨울눈 @낙산공원 2024년 1월 6일


오늘이라도 주위에 있는 나무의 나뭇가지 끝과 그 마디마디에 돋아 있는 작은 콩알이나 더 작은 좁쌀만 한 것들을 확인해 보자. 그게 바로 겨울눈이다.


겨울눈은 겨울에 볼 수 있는 '눈'으로 식물의 눈(아, 芽)은 씨앗과 비슷한 개념으로 '잎'이나 '꽃'이 될 것들을 담고 있다. 나무마다 눈의 생김새가 독특해서 잎이나 꽃, 열매가 없는 겨울에도 특정 나무를 동정(Identification, 수목이나 곤충, 병원체 등을 식별하는 것)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특징이다. 



산수유의 겨울눈 @낙산공원 2024년 1월 6일



보통 잎눈은 작고 꽃눈은 큰데, 봄에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생강나무, 산수유, 벚꽃, 목련 등의 꽃눈이 큰 편이다. 하지만 크다고는 해도 완두콩만 한 것이 대부분이다. 


겨울눈을 보고 있으면 이렇게 작은 것 안에 잎이 있고 꽃이 있다는 생각에 자꾸만 놀랍다. 


작은 고추가 더 맵다

대한보다 더 추운 소한

작은 눈 안에 담긴 잎과 꽃들


어쩌면 작은 것들에 대한 존경심은 식물의 눈에서 생겨난 게 아닐까.


지금 겨울은 나무공부를 하기에 아주 좋은 계절이다. 추우니 실내에서 이론 공부를 하기에도 좋지만, 나무를 구분할 수 있는 키포인트인 겨울눈을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눈에 대한 책도 있고 포스팅도 많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쯤 꼭 미리 내용을 찾아보고 직접 눈으로 봐보길 바란다.


이제 절기상 가장 춥다는 소한도 지났으니 겨울눈을 보러 나가보자.


낙산공원의 낙조, 직접 보면 더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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