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 게 좋은 거라 생각하긴 하는데 딱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좋다. 그 선을 살짝 넘으면 아드레날린이 치솟으며 아슬아슬하게 일을 마무리하면 꽤 큰 쾌감을 느끼지만 그 반대이면 너무너무 기분이 안 좋다. 나이가 먹어서 그런 건지 안정적인걸 추구하게 되는 건지 예전과는 다르게 좋은 게 +50이면 싫은 건 -70 정도가 되는 것 같다.
이 계산으로 이번 주를 정산한 결과는 0이다. 좋은 날도 있고 안 좋은 날도 있고 들쑥날쑥했다. 더구나 그중 오늘은 안 좋은 날이다. 오늘 계획한 하려던 일 중 딱 하나밖에 못했다. 다행히 그 일을 꽤 즐겁게 했기 때문에 이번 주 정산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하루의 막바지에 해야 할 일을 추가하였다. 바로 집 청소이다. 무무(우리 집 고양이)가 아픈 이후로 밀린 일까지 처리하느라 오늘까지 집은 더러웠다. 워낙 물건이 없어서 그다지 티는 안 났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선 냉장고를 털어 안 먹는 것들을 모두 버리고, 반찬통을 정리했다. 기분이 한 결 좋아졌다. 그리고 부엌 서랍을 정리하고 여기저기 쑤셔 넣어놨던 무무 간식과 공구를 분리해서 간식 통과 공구통을 새로 장만했다. 정돈된 모습에 갑자기 식욕이 생겼다(구체적으로는 계란 프라이를 올린 사천짜파게티).
그다음으로는 옷장이 정리되었다. 갑자기 추워져서 가을, 겨울옷을 하나 두 개씩 꺼내 입느라 옷장은 사계절 옷이 뒤엉켜 있었다. 이참에 몇 년 동안 입지 않는 옷도 버려버렸다. 상쾌했다. 쉬고 있던 남편까지 거들게 했는데 처음에는 툴툴대던 사람이 어느새 정리정돈에 신이나 있었다. 남편도 요 근래 일이 많아져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나 보다.
청소가 끝나고 이번 주 정산을 다시 하고 있다. +30이다. 좋다. 오늘은 평안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더 기분이 좋아졌다. 그때그때 청소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몰아서 하니 더 좋은 느낌이다(이렇게 정리정돈을 미루는 좋은 구실을 얻었다).
이제 우리 무무 간식 주고 짜파게티를 끓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