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춰 뒤로 감기 <<
생각보다는 몸이 먼저 나가는 스타일이라 언제나 몸이 꽤나 고생이다. 게다가 자존심이랄까? 이왕 하기로 한 일에 대해서는 포기가 잘 되지 않아서 그만 해야 할 때를 놓쳐 얼떨결에 끝을 보곤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부쩍 어떤 일의 마무리에는 몸도 마음도 지쳐서 성취에 대한 보람보다는 빈 껍데기의 허무함만 남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처음부터 허무함을 느낀 건 아니다. 이런 직진 성향이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계속해서 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했다. 최근까지도 어떤 일을 해야 할 때 '선행동 후생각'이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수 있는 급행열차라고 생각해서 무조건 뛰어올랐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 먼저 몸을 움직이는 게 빨리 일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의 규모가 커지고, 시간과 체력이 한정된 상황이 잦아지면서 행동보다는 생각을 먼저 했어야 하는 일들이 생겨났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나의 선택에 대해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우선 가장 필요한 것은 무언가 선택하는 것을 잠시 멈춰야 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뒤에서 나를 앞으로 밀어주는 불어주는 바람이 아닌 오히려 나를 사방으로 흔드는 회오리였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고 이를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하려고 했던 욕심, 그리고 긴 안목 없이 무작정 시작부터 해버린 나의 선택이 이제는 조금씩 나를 지치게 했다. 그리고 이런 지침에 한몫을 한 것은 나 스스로 책정한 '열정 페이' 때문이었다. 지금 하는 일을 누군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고 혼자서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경험'을 너무 값지게 생각했다. 물론 실제로 경험해보는 것은 중요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경험의 양보다는 질에 더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앞으로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고 마음속 직감이 외치고 있다. 지금처럼 하고 싶은 일 다 하겠다고 문어발을 흔들어 대다가는 발 하나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할 거라는 외침이 들린다. 나는 내 앞에 놓인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 결정이 정말 너무나도 어렵다. 그래서 일단 멈추고 역으로 지금까지 내가 했던 선택을 되돌아보기로 했다. 뒤로 감아가면서 내가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답을 찾아보려고 한다. 결국 답을 못 찾고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다는 내 마음이 이길 수도 있다. 그래도 앞으로 내릴 결정들을 위해 지금은 멈춰 생각을 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