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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호 Aug 30. 2024

문해력이 없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어떨까.

세상이 송 씨를 억까하고 있다.

문해력이 없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어떨까. 사서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책을 읽지 않고 문해력이 없는 송 씨의 경우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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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정으로 사서 자격증을 취득하기는 했지만 글을 읽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송 씨. 송 씨는 모든 공공도서관과 규모 있는 도서관에서 거절을 당한 후 한 단체의 사설 도서실 담당으로 채용되게 된다. 사서의 직함으로 일하는 그에게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관하는 사서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는 안내장이 도착했다.              



  

아래 교육생은 본 기관에서 주관하는 교육훈련에 참여하기 바랍니다.      

당 교육은 도서관법의 ㅇㅇ조 ㅇㅇ항에 의거 ㅇㅇ시에서 주관하는 교육으로 불참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교육생 : 송 ○○     


- 교 육 내 용 -

○○○○

○○○○     


일시 : ○○월 ○○일 ○○시부터 

장소 : ○○시 복합교육연수원      


* 위 교육장소는 협소한 관계로 대중교통 사용을 요망합니다. 

* 교육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하기 바랍니다.           



교육은 수요일에 있다고 한다. 어차피 방문객이 없는 도서실이니 이참에 나들이라도 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교육훈련은 오후 1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교육장소 인근에 유명 연예인이 다녀간 카페가 있다고 하니 들렀다 가면 될 것 같다. 같은 연예인이 들른 다른 맛집도 맛있을 것 같다. sns을 통해 카페를 확인해 본다. 제일 윗부분에 올려진 게시물에는 공지사항이라 적혀 있었다.      


“우리 카페는 기후환경을 지키기 위한 운동의 일환으로 종이컵 사용을 지양합니다.”      


교육 당일, 교육안내서에 나와 있는 안내사항대로 송 씨는 미리 자동차를 렌트해 두었다. 자신은 운전면허가 없기에 군대에서 자동차를 몰았던 남동생이 대신 운전해 주기로 했다. 남동생은 운전이 서툴렀지만 일찍 출발했기에 계획한 시간에 교육장소 인근의 카페에 도착할 수 있었다.      


훈련원에 들어가려고 보니 교육연수원 내부에는 주차장소가 없다고 한다. 송 씨는 당황했다. 대중교통을 사용하지 말라고 해서 일부러 렌트까지 해서 차를 타고 왔는데 주차할 자리가 없다니. 자신은 훈련을 받으러 왔다. 안내장에는 분명 자동차를 가져오라고 되어 있었다며 화를 내는 송 씨에게 입구의 직원은 그럴 리가 없다며 따박따박 반박한다. 자신은 안내장에 나와 있는 지시대로 자동차를 가져왔는데, 이런 대우는 참을 수 없다. 감정이 격해진 송 씨가 험한 소리를 내고 있자 주변 사람들이 촬영을 하기 시작했고, 이를 눈치챈 남동생이 송 씨를 제지해 일단 물러나기로 한다.      


송 씨는 화가 가라앉지 않았지만 일단 그에 따르기로 한다. 주변을 확인해 보니 유료 주차장이 있다. 필요 없는 지출에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이 비싼 돈을 내기로 하고 주차를 한다. 성실한 송 씨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오는 길에 안내문구도 꼼꼼히 살핀다. 안내문구에는 “금일은 야간 출차를 하지 않으므로 양지하시길 바랍니다.” 라며, “18시 이전에 출차를 완료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복잡한 말이 많지만 금일엔 일찍 차를 빼라는 것을 충분히 알아들었다. 오늘은 수요일이다. 훈련일이 저 요일이었다면 귀찮아질 뻔했다.      

주차 비용으로 분이 풀리지 않은 송 씨는 교육 사이 쉬는 동안 담당자를 찾아가 따지기로 했다. 그런데 담당자는 입구의 직원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송 씨를 나무라는 것이 아닌가. 자동차를 가져오면 안 된다고 하는데 송 씨는 자신이 자동차를 가져오라는 안내장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서로의 주장이 계속 팽팽하게 대립되는데 정작 안내장은 받자마자 어디 두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증거만 있으면 바로 들이대면 되는데 아쉽다.      


교육시간 동안 교육을 마치고 갈 카페의 sns를 뒤져본다. 유명 연예인이 찍은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이 자리에 앉아야지 하고 다짐한다. 교육이 끝나고 뭔가 전달사항을 말하는데 송 씨는 얼마 전 다운로드한 게임을 보고 있다.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되는 게임이라 편하다. 송 씨는 평소 이 게임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할 일 없이 따분한 시간이 지나가고 교육이 끝났다. 교육장 출구에서 직원들이 뭔가 서류를 나눠주는데 받아가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 광고 홍보 같아 보이니 송 씨는 서류를 나눠주는 직원들을 피해서 건물을 빠져나간다.      


근처의 pc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남동생이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며 화를 낸다. 이상하다. 교육 시간에 맞춰 교육을 받고 나왔는데 오래 걸렸다니, 일상처럼 동생이랑 육두문자를 섞을 욕을 나누며 카페로 향한다.  카페에서 음료를 산 다음 역시 연예인이 방문한 것으로 유명한 다른 식당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동하는 동안 차 안에서 음료를 마시면 되니 자신이 세운 계획이지만 완벽한 것 같다.      


드디어 카페에 들어가 음료를 주문한다. 

“죄송하지만 저희는 테이크아웃 메뉴에 일회용품을 제공해 드리지 않고 있어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이 음료를 마시려고 아까 교육 장소에서 사람들이 마시는 음료도 마시지 않고 있었다. 송 씨는 화가 난다. 자신을 무시하는 것만 같다. 

“sns에도 공지해 드렸듯이 저희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텀블러를 가져오시거나, 아니면 저희 매장 옆에 예쁜 텀블러 가게도 있어요.”      

송 씨는 참으려 해도 화가 나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여기 오기 전에도 그랬고 오늘 교육훈련 내내 이 카페와 이다음에 갈 식당의 sns를 보고 있었지만 그런 문구는 없었다. 자신은 고객이니 당당하게 요구할 것을 요구하자는 생각에 송 씨는 점차 언성을 높이기 시작한다. 욕설과 비속어가 너무 많이 들어간 채로 불평을 토하다 보니 또다시 주변에서 송 씨를 촬영하고 있다. 뭘 찍고 있냐며 그 사람들에게도 화를 내기 시작한다. 남동생은 쪽팔리다며 송 씨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고, 송 씨는 이번에도 제대로 화도 내지 못한 채 억울함만 남았다.    


목은 마르고 억울해서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옆에서 남동생이 그냥 집에 가자고 한다. 안 된다. 이렇게 된 이상 연예인이 들렀다는 유명 맛집에라도 가야겠다. 지금 출발하면 약간 이른 시간일 수도 있겠지만, 미리 가서 나쁠 것은 없을 것 같았다. 다시 도심을 향해야 하기에 운전을 할 남동생에게 운전을 잘 좀 하라며 핀잔을 준다. 다시 비속어 섞인 거친 대화를 나누며 주차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주차장 문이 닫혀 있다. 무슨 일이지. 주차장 입구는 철문이 굳게 닫혀 있고, 영업 종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한참을 주변을 뒤져 찾아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몇 번을 걸어도 받지 않는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화를 내려는데 화를 낼 상대가 없다. 결국 송 씨는 남동생과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 시외 비용을 내야 했기에 비용은 엄청나게 나왔다. 택시비를 반으로 나누자고 하니, 안 그래도 송 씨 때문에 기분만 잡쳤다며 남동생이 되려 화를 낸다. 나중에 다시 렌터카를 찾으러 가야 하니 남동생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송 씨는 화를 내지도 못하고 참는다.  


아침에 혼자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빼 오라며 보낸 남동생에게 준 주차비와 추가 렌트비용이 너무나 아까운 송 씨는 목요일 날 아침, 출근을 한다. 출근을 하니 담당 상사가 송 씨를 자신의 자리로 부른다. 무슨 일인가 하니 어제 무단 결근한 것에 대해 묻는다. 이게 무슨 말인가. 송 씨 자신은 교육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안내장을 받아서 간 것인데 왜 무단결근이란 말인가. 중간에 결근계라는 단어가 나오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한참을 따져 물으니, 지친 듯한 상사가 훈련참석증이라도 달라고 한다. 그게 뭔지 알 리가 없는 송 씨는 당황하지만 계속 화를 낸다.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훈련에는 참석증명서가 발급된다며 받아오지 않았냐고 상사는 송 씨에게 묻는다. 송 씨는 그런 것을 받은 적이 없다며 화를 낸다.      


계속 화를 내는 송 씨의 말을 들어주던 송 씨의 상사는 컴퓨터 화면을 보라고 손짓한다. 화면에는 유튜브 영상이 틀어져 있었다. 영상 속에서 송 씨는 교육원 직원에게 욕설을 하고 있다. 중간중간에 회사 이름도 언급하는 것이 들린다.      

“영○ 씨, 오늘부터 이번 주는 쉬고 다음 주에 나오세요. 이 일로 충분한 징계가 있을 겁니다.”      

송 씨는 억울하다. 교육을 받으라고 해서 갔을 뿐인데 직장에서 잘리게 생겼다.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자신처럼 성실하게 산 사람한테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세상이 잘못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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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내용은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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