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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호 Oct 04. 2024

검은 고양이와 자전거와 크로플27화

아슬아슬한 모험과 크로플의 기쁨

정의는 저녁의 조용한 거리의 한 켠에 천천히 자전거를 세웠다. 불어오는 바람이 그녀의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흩날리고, 고요한 바람 소리는 정의의 귓가에 맴돌았다. 

가로등의 따스한 불빛이 길을 부드럽게 비추며, 어두워진 하늘과 아스팔트 위로 길게 그림자를 그렸다. 정의는 한참 동안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집 앞의 낡은 나무 문이 익숙한 소리를 내며 살짝 흔들리고 있었고, 잎사귀 하나가 바람에 따라 떨어져 천천히 땅에 내려앉았다. 정의는 그 작은 순간들 속에서 평온함을 느꼈다.


“다왔다.” 이제야 집이네. 정의는 미소를 지으며 가방 속에 담긴 따스한 것을 떠올렸다. 오늘의 하루는 짧은 모험과 같았다. 오늘을 함께 했던 순간들이 크로플 상자 속에 담겨 있는 듯했다. 자전거에서 내리는 그녀의 손길은 한결 조심스러웠다. 크로플이 든 가방이 흔들리지 않도록 손잡이를 두 손으로 꽉 잡고, 상자가 조금이라도 기울어질까 걱정스러워 천천히 움직였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크로플은 이제 이상 기다릴 없다는 듯한 소리를 내는 했다. 크로플. 이제 때가 다다른 것이리라. 정의가 등에 가방으로부터는 향긋한 냄새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때가 되었구나. “진짜 맛있겠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살짝 들뜬 기분으로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집 앞에 다다르자, 익숙한 현관문의 나무 질감이 손끝에 닿았다. 정의는 천천히 문을 열며, 집 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공기를 반겼다. 집 안에서는 부엌에서 엄마가 요리하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탁탁탁. 도마를 두드리는 식칼의 소리가 리듬을 만들고 그 리듬을 타고 은은한 된장찌개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그 냄새는 정의의 마음을 더욱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하루의 피로를 스르르 녹여주었다.


정의는 문을 조심스레 닫으며 가방 속의 크로플 상자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크로플이 상자 안에서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지만, 다행히도 엎어지지 않았다. 포장 상자가 흔들릴 때마다 상자 속에서 부드럽게 달콤한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듯했다. “안전해. 무사했어.” 정의는 속으로 뿌듯한 마음을 느끼며 살짝 미소 지었다. 이 크로플은 오늘 하루를 만든 결실이었다. 그 달콤한 향기와 함께, 정의의 마음도 가볍고 행복했다. 


"저, 왔어요." 가방을 소중히 내려놓고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정의는 집 안 구석구석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기운들에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꼈다. 바닥에서 느껴지는 미지근한 온기, 거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는 장면, 부엌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분주한 움직임 소리까지, 이 모든 것이 그녀의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행복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정의야, 왔어?”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가 부엌에서 들려왔다. 정의는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자전거에서 내려온 순간부터 참아 온, 아니 몇 주 전부터 느낄 준비를 했던 따뜻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할 준비를 했다. 





정의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익숙하게 들려왔다. "정의야, 왔어?" 어머니의 다정한 목소리가 부엌에서 흘러나왔다. 정의는 가방을 들고 천천히 거실을 지나며, 부엌 쪽으로 향했다. 어머니의 모습이 부엌 한쪽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계신 모습이 보였다. 따뜻한 조명이 비추는 어머니의 얼굴에는 언제나처럼 온화한 미소가 가득했다. 


"오늘 일찍 왔네? 야자는 안하고?" 어머니가 부드러운 미소로 물었다. 그 눈빛은 정의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작은 모험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했다. 정의는 자전거를 타고 길 위에서 겪었던 오늘의 일들을 떠올리며 살짝 웃음을 지었다. 자잘한 모험 속에서 느낀 긴장감과 기쁨이 섞인 하루가 어머니의 물음에 응답하듯 다시 생생하게 떠올랐다.


"응! 이거!" 정의는 활짝 웃으며 가방에서 소중하게 들고 온 크로플 상자를 꺼냈다. 상자를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손끝에선 마치 귀한 보물을 다루는 듯한 경건함이 묻어났다. "이건 말이야. 2주 걸렸는데. 마지막이었어! 정의의 목소리엔 자랑스러움과 흥분이 섞여 있었다.


어머니는 칙칙 소리를 내는 냄비를 한번 보고는 앞치마를 풀며 상자를 받아 들었다. 상자를 열어보니,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크로플이 빵 향을 은은하게 풍기고 있었다. 바삭한 겉면과 달콤한 시럽이 빛나는 그 모습은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어머니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 맛있게 생겼네. 이게 뭐야?" "크로플!" "크로플?" "응, 크로플!" 정의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표정은 따스하면서도 포근했다. "고생했네. 이렇게 귀하게 사 왔으니, 더 맛있을 것 같아.그 말에 정의의 마음이 더 뿌듯해졌다.


정의는 어머니가 크로플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이는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이 크로플은 그저 달콤한 디저트가 아니었다. 오늘 하루의 여정,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거리의 바람, 유미와 나눈 대화, 가로수 아래서 잠시 멈추어 섰던 순간들, 그리고 작은 어려움들까지 모두가 이 상자 안에 담겨 있었다. 정의는 그 모든 순간들이 오늘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다.


"정말… 비도 갑자기 오고, 자전거 도로도 엄청 막히고! 중간에 유미랑 우연히 만나서 잠깐 수다도 떨었지 뭐예요." 정의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도 그리웠던 것이다. 친구와 함께 웃던 짧은 시간, 크로플을 사는 길에 예상치 못했던 소소한 즐거움들이 오늘의 여정을 더 특별하게 채워준 것 같았다.

"유미랑 우연히 만났다고? 그 애는 잘 지내니?" 어머니는 미소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는 일이 많았네. 그래도 그런 일이 있으니까 더 재미있지 않니?" 정의는 동의하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맞아요! 뭔가 이런 우연이 있어서 더 즐겁다고 할까요? 크로플 하나 사러 나갔다가 또 다른 추억이 쌓인 것 같아서 좋아!" 정의는 말을 마치며 상자를 소중히 바라봤다. 오늘 하루의 여정과 느꼈던 작은 도전들이 크로플과 함께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어머니와 함께 나누는 이 순간이 그 모든 여정을 완성시키는 기분이었다.

"맛있게 먹을 수 있겠네. 아빠 오시면 같이 먹자." 어머니는 상자를 식탁 위에 올려두며 말했다.


정의는 상자 안에 담긴 크로플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자신만의 소중한 이야기들이 함께 담겨 있는 것처럼 느꼈다. 오늘의 크로플은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긴 하루의 끝에, 비가 오던 거리에서 느낀 설렘, 친구와의 우연한 만남,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잔잔한 풍경들, 그리고 어머니와 나누는 다정한 대화 속에서 완성된 작은 기념품이었다.


정의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다짐했다. 이런 소소한 일상도 특별하게 느끼며, 오늘처럼 작은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는 삶을 계속 살아가고 싶다고. 오늘의 크로플은 그 다짐을 마음에 새겨준 또 하나의 작은 선물이었다.





부엌에는 은은한 노란빛이 감도는 따뜻한 조명이 부엌을 가득 밝혔다. 정의는 그 빛 속에서 가방을 열고 오늘의 주인공, 크로플을 꺼내 들었다. 포장 상자가 가볍게 흔들리며, 안에 담긴 크로플의 달콤한 냄새가 서서히 부엌을 채우기 시작했다. 노릇하게 구워진 크로플의 겉모습은 마치 축복받은 금빛 빵처럼 빛나고 있었고, 정의는 그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칭찬했다.


그녀는 상자를 조심스럽게 식탁 위에 내려놓고 잠시 손을 떼지 못한 채, 그 크로플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정말 이걸 내가 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밀려왔다. 오래 걸렸어. 이 크로플이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오늘 하루의 모험과 도전이 응축된 소중한 상징물이라는 생각에 더욱 애착이 생겼다.


바깥에서는 바람이 살짝 불어와 창가를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고, 부엌 창문을 통해 노을이 지는 저녁 하늘의 붉은 기운이 은은히 스며들었다. 그 하늘빛은 점점 더 부드러운 보랏빛으로 변해가고 있었고, 정의는 그 모습을 보며 하루가 저물어가는 풍경을 느긋하게 바라봤다. 오늘은 그저 평범한 날이 아니었다. 자전거를 타고 비가 내리는 길을 힘차게 달렸던 순간, 유미와 마주쳐서 우연히 나눈 짧은 대화, 그리고 마지막 남은 크로플을 차지했을 때의 그 짜릿한 성취감이 모두 하나로 모여 이 순간을 만들어냈다.




부엌 안은 마치 따스한 품에 안긴 듯한 온기가 가득했다. 정갈하게 정돈된 식탁 위에는 아늑한 조명이 은은하게 퍼지며 그 위로 내려앉았다. 정의는 손에 쥔 크로플 상자를 살며시 열었다. 크로플의 겉면에서 나는 달콤한 향이 기분 좋게 퍼져 나가며 공기 속을 감돌았다. 바삭하게 구워진 겉면에 설탕이 살짝 녹아 반짝이고, 그 아래에서 느껴지는 폭신한 식감이 정의의 눈앞에 그려지듯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 순간, 창밖에서 들리는 바람소리가 부드럽게 귓가를 스쳤다. 나무들이 흔들리며 내는 사각거리는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바람이 한적한 골목길을 휘도는 소리가 어우러졌다. 창문 너머로는 초저녁의 파스텔 톤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며, 노을의 잔상이 은은한 오렌지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정의는 그 하늘빛을 보며 오늘의 하루가 다 저물어가는 것을 느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긋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정의야, 정말 수고 많았어.” 어머니의 목소리가 부엌에서 들려왔다. 어머니는 한쪽 손으로 국을 젓고, 다른 한쪽 손으로 정의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정의는 그 순간 어머니의 미소가 자신을 안심시키는 것 같아서, 크로플을 가져온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고, 또 어머니가 너무 고맙기도 했다.



크로플을 손에 든 어머니는 그것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삭한 소리가 부엌 가득 울리며 퍼졌고, 그 순간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더 진하게 피어올랐다. 정의는 어머니의 반응을 살피며 기대에 찬 눈빛을 보냈다. 어머니는 눈을 감고 크로플의 맛을 음미하더니,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음~ 정말 맛있네. 이거, 정말 맛있다!” 어머니의 입가에 흐르는 미소를 보자, 정의는 그 순간 자신이 해낸 것에 대한 자부심과 따뜻한 만족감이 마음 깊이 스며들었다.


정의는 어머니의 반응에 기분이 더 좋아졌다. 크로플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었다. 정의는 그것이 오늘 하루를 완성시키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라고 느꼈다.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길가의 사람들과 스쳐 지나며, 친구와 우연히 마주친 그 모든 순간들이 마치 한 장의 그림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그 모든 경험들이 이 크로플 한 조각에 담긴 것 같았다.


창밖에서는 가을바람이 서서히 불어오고 있었고, 부엌 창문을 살짝 열자 상쾌한 바람이 살며시 스며들었다. 바람에는 조금 쌀쌀한 기운이 묻어 있었지만, 부엌 안의 따뜻함이 그 모든 것을 감싸주고 있었다. 정의는 한 손으로 바람을 느끼며, 이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평화로운 저녁, 그리고 그 작은 승리의 성취감이 어우러져 더없이 행복한 순간이었다.


“정의야, 정말 고마워. 너 덕분에 이런 걸 다 먹네. 잘했어.” 어머니는 정의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정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 어머니의 말이 너무 따뜻하고 진심이 담겨 있어서, 그저 간단한 말이었지만 정의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따스함이 퍼졌다. 오늘의 크로플은 그냥 마지막으로 남은 간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의의 노력이었고, 어머니와 나눈 따뜻한 대화였으며, 그 속에 담긴 서로의 사랑과 감사함이었다.

크로플 하나로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담길 수 있다니, 정의는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이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부엌 안에는 여전히 크로플의 달콤한 향이 남아 있었고, 정의는 그 향 속에서 잠시 멍하니 그날의 일들을 되새기며 조용한 행복에 빠져들었다.


오늘의 작은 승리와 소소한 성취는 정의에게 크나큰 의미로 다가왔다. 그저 크로플 하나를 사온 것이 아니라, 그 크로플 속에는 오늘 하루를 온전히 담아냈고, 그 하루의 소중한 순간들을 어머니와 함께 나눌 수 있었다는 것. 그 기분은 정의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앞으로도 계속될 작은 성취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저녁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부엌에는 여전히 따스한 향기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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