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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호 Sep 27. 2024

문해력이 없으면 위아래를 모른다.

(한국어학습)  문해력이 없는 자여, 그대 이름은 무엇인가 #1


올해 초, 신문들은 심각한 문제를 열어젖혔다.


언론이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국내 고등학생 10명 가운데 7명이 한국전쟁을 ‘북침’으로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서는 ‘안경’을 가장 먼저 떠올리거나,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등 근·현대사의 핵심적인 사건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는 말조차 이제는 알지 못한 채 자라나고 있는 현 세대의 문제점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남침? 북침?"



"

1950년 6월 25일 새벽 38선 전역에 걸친 남침으로부터 시작된 전화의 불길은 50년부터 53년까지 지리하게 이어졌다.

"


정규 교육과정 국사 교과서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이다. 시험문제로써 만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 '1950.6.25. 남침'이라는 단어로 암기하곤 하는 내용. 우리는 생각한다. 수학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면, 그 학생은 수학을 잘 할 것이다라고. 영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면 영어를 잘 할 것이라고. 그리고 국사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면 국사를 잘 알 것이라고. 본래의 교육은 그래야 하고, 본래의 학습은 그래야 하기에 우리는 실제로도 그럴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1950.6.25 남침'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남침. 어려울 것이 없는 단어. 어감에서 주는 느낌을 통해 어떤 정보를 전달하려는지 충분히 예상 가능한 단어. 그리고 한국인이면 다들 알아야 하는 당연한 사실에 대한 단어. 한 방송에서 길거리에서 대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남침'이 무슨 뜻인가?"

방송에서 이를 물어보려고 할 때, 이 방송을 기획한 자는 어떤 모습을 예상하고 이런 방송을 기획한 것일까. 그것은 모를 일이지만 질문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절반. 절반이 못되는 정도의 대학생들만 남침의 본래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었다. (여기에 굳이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라고 언급하지 쓰지 않은 것은 의미가 너무나 명확한 단어에 정확히 라는 수식을 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남침은 북한이 남한을 공격한 것이다.

남침은 남한이 북한을 공격한 것이다.


이런 오해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해력의 문제일까. 아니면 세대의 문제일까. 그것도 아니면 교육의 문제일까. 이런 오해를 부르는 심각한 문해력의 저하의 현상을 보면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남침南侵

    명사 북쪽에서 남쪽을 침범함.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는 정의이다.

남침의 해석 논란에 관한 영상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려 있다. 북한이 공격한 게 맞다. 남한이 공격한 게 맞다. 이러한 지리한 댓글의 난투를 보면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국어사전을 볼 생각을 하지는 않는가라는 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상당히 많은 부분에 대해서 이미 그 정의가 나와 있거나, 논쟁의 정리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학문적 정의라면 논문과 학술서를 보면 될 일이고, 언어적 정의라면 사전을 보면 될 일이다. 그러나 그 간단한 동작을 하지 않은 채 논쟁으로 부르기조차 부끄러운 다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한번 생각해 보자. 도대체 왜 남침이라는 단어의 해석에 있어서 오해과 이견이 생겨나는가에 대해서.

이 문제에 있어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의 문법적 특수성에 대한 내용이다. '국어' 정규 교육과정의 국어과 교과서에 보면 국어의 특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첫 번째. 음운적 특성.

  음운이란 말소리의 최소 단위를 말하는 것으로, 음운으로의 분절을 통해 과학적 분리해석이 가능하다.


두 번째. 어휘적 특성.

  의성어, 의태어와 같은 음성 상징어가 발달되어 있다는 의미다.


세 번째. 통사적 특징.

  통사적 특징이란 단어가 결합된 상태로 만들어진 구와 절, 문장의 구조 혹은 기능을 연구하는 문법을 말한다.



이 중 통사적 특징에서 '남침'의 오해석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어는 그 특유의 통사적 특징에 의해 주어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법적으로 볼 때 대부분의 언어에서 주어와 서술어는 결코 생략하지 않는다. 이러한 특징은 우리가 낯설고도 낯선 영어를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힌트로써 사용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어에서 적용되는 이 원리가 한국어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주어를 생략한다고? 그럴리가 없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은 주어를 생략하는 우리의 관행이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러워, 우리는 그 사실을 미처 인식하지 못한채 그렇게 언어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본래문) 나는 어젯밤에 늦게까지 공부를 하느라 오늘은 피곤하다.

2. 줄임문) 어젯밤에 늦게까지 공부를 하느라 피곤하다.


무려 두 개의 요소가 생략이 되어 있다. '나는'과 '오늘은'의 두 요소. 그러나 우리는 두 번째 문장을 읽으며 바르게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한국어의 특징 중 하나인 음운적 특성에서의 어미의 발달에 관계된 부분이다.


위 문장에서 본문장의 서술어는 '피곤하다'이다. 이를 분해하면 다음과 같다.

     피곤-하-다.


평서형 종결어미 '-다.' 위 문장에서 평서형 종결어미에 시제를 의미하는 어간이 붙어 있지 않았다. 그것은 위 문장이 현재형으로 쓰여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형이라는 시제의 의미는 발화시점이 현재인 것과 발화의 진행중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때문에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거친)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첫 번째 문장도 그렇지만) 두 번째 문장은 현재 말하고 있는 누군가의 말의 내용인 것이다라고. 화자가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고 있기에 생략된 주어 성분은 '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두 번째 문장을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는 없을까?

3. 오해문1) 내 동생이 어젯밤에 늦게까지 공부를 하느라 어제 피곤하다.

이 문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생략된 성분인 '어제'와 서술어의 시제가 호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략된 성분이 시제를 의미하는 '어제'이기에, 피곤하다는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한다.


   피곤-하-았-다.  > 피곤했다.


샛길) 여기서 추가로 드는 의문은 하-와 -았-이 결합하는데 왜 했-이 되는가의 여부인데, 이는 불규칙 활용에 관한 내용이다. (한글맞춤법 제 18항)


한글맞춤법 제 18항에서는 특정 용언들은 어미가 바뀔 경우, 그 어간이나 어미가 원칙에 벗어나면 벗어나는 대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특정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하다’의 활용에서 어미 ‘-아’가 ‘-여’로 바뀔 적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해 어간 ‘하-’ 뒤에 어미 ‘-아’가 결합하여 ‘하여’로 바뀌는 것은 바뀌어진 형태로 적히게 된다.

   하-아 > 하여 > 해

   하-았 > 하였 > 했


잠시 샛길로 빠졌지만 다시 돌아오면 오해문1문장은 성립할 수가 없다. 시제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음 문장은 가능할까.


3. 오해문2) 내 동생이 어젯밤에 늦게까지 공부를 하느라 우리 아버지는 오늘 피곤하다.


가능하다. 위 문장은 가능하다. 중간에 내용적으로 유기적이지 못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생략된 내용성분에 관한 것이라 추정이 가능한 여지가 있다.


위 문장, 오해문2에서는 동생이 어제 공부를 늦게까지 하였다는 내용과, 아버지는 오늘 피곤하다는 두 개의 내용이 하나로 합쳐진 복합문의 형태를 하고 있다. 두 문장의 주어가 다른 내용인 것이다.



그렇다면 위로 돌아가 다시 줄이문을 살펴보자.

2. 줄임문) 어젯밤에 늦게까지 공부를 하느라 피곤하다.


이 문장은 어떻게 성립이 가능한가. 그 대답의 하나는 다시 말하지만 한국어의 특성 때문이고, 그 대답의 둘은 주어가 '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략된 주어 성분이 '나'라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고 물어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대답은 또한 간단한다.


주어 성분이 '나'일때만 주어 성분을 생략하기 때문이다.


주어 성분이 '나'일 때만 생략하는 이유는 당연히 오해문2에서와 같이 화자와 서술어의 주체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의 오해를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예전 모 국회의원이 정당의 대표자를 수호하기 위하여 주어가 없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주어가 '나'일 때만 주어 성분을 생략한다는 기본적인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적 비전문가의 발언에 불과하다.



자, 여기까지 우리는 한국어의 특징에 대해서 아주 약간 알아보았다. 방금 배운 내용을 근거로 하면 남침의 단어의 오해석의 내용이 이해될 수 있다.


주어를 상습적으로 생략하는 한국어의 특성. 이 특성이 반영된 결과.

'북한 정권의 군대가 남한 정권의 영토를 침공하였다'이라는 원래의 문장을 다음과 같이 줄이기 시작한다.


북한 정권의 군대가 남한 정권의 영토를 침공하였다

북한 정권의 군대가 남한 정권의 영토를 침공하였다

북한 정권의 군대가이 남한 정권의 영토를을 침공하였다

북한 정권의 군대가이 한 정권의 영토를을 공하였다


최후로 남은 단어 '남침'.

여기서 최후에 남은 단어로 가능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1) 북남침

2) 북침

3) 남침


여기서 침(략)이라는 단어의 특성이 중요해진다.

사람들은 대부분 영문법이라면 체계적으로 공부하곤 하는데 한국어는 체계적으로 공부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또한 다른 언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침략이라는 단어는 침략하다라는 서술의 의믜를 가지고 있으며, 서술의 의미로 쓰였을 때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 타동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서술적 동사가 명사형 단어와 결합한 경우, 서술어 외의 단어는 목적어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동사들이 그렇듯 동사는 타동사가 될 수도 있고, 자동사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침략이라는 단어가 침략하다라는 일반적인 자동사로써 쓰일 수는 없을까? 가능하다. 그러나 그 때에는 북이나 남이라는 단어를 배제하고 '침략'이라는 형태로 쓰여야 한다.



4) 침략  


동사의 성격에서 문장의 앞뒤에서 추론이 가능하거나 문맥상 유추가 가능한 주어의 경우에는 생략이 가능하지만, 목적어는 생략이 제한적이다. 때문에

1) 북남침이라는 단어는 억지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이것을 억지로라고 말하는 이유는 중국어의 본래적 어순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이것은 한국어인 것이며, 한국어라면 주어임을 표시하는 형태소를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북남침이라는 단어를 억지로 말이 되게 만들면 다음과 같다.

5) 북(의) 남침 .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어색하지 않게 된다.



이제, 주어와 목적어의 양자택일에 있어서 하나를 생략하고 하나를 남긴다면, 생략이 가능한 것은 주어, 생략이 어려운 것은 목적어라는 것을 알았다. 헷갈릴 여지가 있다는 논란이 있는 다음 두 단어를 다시 보자.

2) 북침

3) 남침


2)에서 북침은 북한을 침략했다는 의미이고

3)에서 남침은 남한을 침략했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남침을 남한이 침공을 했다.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 더.

왜 주어가 생략된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가. 한자어니까 중국어로 볼 수도 있지 않냐고 누군가 우길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침이든 북침이든, 위 단어는 한국어임이 명백하다.


중국어의 경우 중국어의 언어의 특성상 서술어 다음에 목적어가 온다. 그래서 어디어디를 침공한다고 적을 때, 침공의 대상이 뒤에 와야 한다.

2b) 침북

3b) 침남

목적어가 서술어의 앞에 오는 어순은 한국어가 가지는 언어적 특성이다.


여기에서 새로운 시각이 조명될 수 있다.

남침을 '남한이 북한을 침공했다'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은 남침의 어순을 중국어의 어순으로 보아 주어가 남한이고 그 뒤에 침략의 서술어가 붙었다 말할 수 있다. 가능하다. 가능은 하지만 억지로 볼 수 있다.


가능은 하지만 억지로 볼 수 있다는 말은, 그렇게 오해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어의 규정상 모호한 문장으로 하여, 해석상 오류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존재하기 어렵다.



남침南侵  [ 남침 ]

파생어) 남침-하다



이런 단어가 해석상 논쟁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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