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직접 마주한 231번의 공식 대결의 승률은 51% 대 49%, 동전의 앞뒤만큼 간발의 차이를 보인다. 2019년에는 87년 만에 바르셀로나가 상대 전적을 뒤집었을 정도로 팽팽한 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두 클럽이 배출한 발롱도르 수상자는 레알 마드리드 12개, 바르셀로나 13개로 여기서도 단 1개 차이의 미세한 우열만이 존재한다.
반면 매트 위에서는 더욱 극명한 현실이 펼쳐진다. 각 5개 체급에서 총 8번의 세계 챔피언십을 차지한 '레안드로 로'를 비롯해 주짓수 세계 챔피언급 선수들은 통상적으로 90% 이상의 압도적 승률을 보여준다.
'최고'라는 말로 수식되는 존재들 사이에도 이토록 미세하면서도 명확한 확률의 결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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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과 실력의 경계를 가르는 일은 마치 물과 기름을 분리하는 것만큼이나 섬세한 작업이다. 우리는 흔히 실력을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운을 통제 불가능한 영역으로 나누어 생각하지만, 실상 그 경계는 안개처럼 흐릿하다.
매트 위의 고요함 속에서 레안드로 로가 상대의 가드를 뚫는 순간을 생각해보자. 패스 가드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하는 것은 순간의 판단과 몸의 기억이 만나는 지점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상대방의 예상치 못한 스윕이나 서브미션 시도가 개입할 수 있다.
개인 대 개인의 싸움에서는 이런 우연의 변수들이 상대적으로 적다. 마치 한 편의 단편소설처럼, 등장인물이 적을수록 서사는 더욱 예측 가능해진다. 개인의 기량이 지배적인 이런 영역에서는 압도적인 축적이 임계점을 넘는 순간 질적 도약을 만들어내는 법칙이 더욱 냉혹하게 작동한다.
로가 90% 이상의 승률에 도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스파링을 했을까. 하루에 수십 번, 수백 번의 패스 가드 연습이 쌓여 결국 근본적 변화를 일으킨다. 5개 체급에서 세계 챔피언이 된다는 것은 수십만 번의 기술 반복이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바꿔놓는 변곡점에 도달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가 아무리 완벽해도 레알 마드리드의 한 번의 역습이, 심판의 판정 하나가, 심지어 관중석에서 날아온 물병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더구나 90분이라는 시간, 넓은 필드, 날씨와 컨디션의 변화까지 더해지면 변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캄프 누와 베르나베우의 넓은 초록빛 무대에서는 스물두 명의 배우들이 각자의 대본 없는 연극을 펼친다. 개인의 기량이 전체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은 필연적으로 희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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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각자의 삶도 때로는 주짓수 매트 위처럼 오롯이 내 선택과 노력이 결과를 좌우하고, 때로는 엘 클라시코처럼 나를 둘러싼 수많은 변수들 앞에서 무력해진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어떤 경기장에 서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어떤 경기장에 서 있든, 압도적인 축적 없이는 진정한 돌파가 불가능하다. 그 냉혹한 법칙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수만 장의 원고지를 채워야 하고, 의사가 되고 싶다면 수천 번의 해부학 실습을 견뎌야 한다. 사랑을 배우고 싶다면 수백 번의 상처와 화해를 반복해야 한다. 어떤 영역에서든 진정한 변화는 그 임계점을 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실력을 키우는 일은 통제 가능한 영역을 넓히는 작업이다. 하지만 그 영역이 아무리 넓어져도 운의 바다를 완전히 메울 수는 없다. 오히려 진정한 실력이란 운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도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이 아닐까.
김수영이 "풀이 눕는다"고 쓸 때, 그는 바람이라는 외부의 힘과 풀이라는 개체의 의지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포착했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 풀의 모습에서 우리는 운명에 순응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초월하려는 의지를 읽는다. 풀은 바람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예감하고 먼저 몸을 낮춘다. 이것이야말로 운과 실력이 만나는 지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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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도 그렇다. 때로는 로처럼 압도적인 기량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고, 때로는 엘 클라시코의 선수들처럼 팀이라는 맥락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어떤 경우든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서 있는 경기장의 룰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운과 실력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를 전제한다. 진정한 실력이란 운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그것과 조화를 이루는 능력이다. 연암이 말한 "법고창신(法古創新)"처럼, 옛것을 본받으면서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변증법적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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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라이벌들의 대결을 생각한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완전함이 만나는 순간마다 새로운 아름다움이 탄생한다. 그들은 서로의 존재로 인해 더 완전한 자신이 되어간다. 이 사실이 언제나 숫자나 승률보다 중요하다.
가장 큰 행운은 자신만의 경기장을 찾는 것이고, 가장 큰 실력은 그 경기장에서 끝없이 자신을 갱신해나갈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패배 속에서도 승리의 의미를, 우연 속에서도 필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시적 감수성을 기르는 것.
결국 성공이라는 것은 운과 실력의 산술적 합이 아니다. 천 번의 연습이 만 번이 되고, 만 번이 십만 번이 된다. 로가 상대의 가드를 뚫는 그 순간처럼 예기치 못한 돌파가 일어나는 신비로운 양질전환의 순간을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 자체가 우리가 운명과 의지 사이에서 길어올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실력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