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예술가다. 이것은 위로가 아니라 선언이다.
월 35만 원짜리 원룸에서 라면을 끓이는 순간은 예술이다. 물이 끓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면이 풀어지는 타이밍을 가늠하며, 마지막에 계란을 터뜨려 넣는 그 손짓. 굶주림과 피로 사이에서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행위, 그 안에 담긴 절실함과 애정이 미켈란젤로의 조각칼질과 다르지 않다.
출근길, 이어폰을 꽂고 창밖을 바라보는 그 시선은 예술이다. 스마트폰 화면에 반사된 자신의 얼굴과 지나가는 풍경이 겹쳐지는 순간, 우리는 이미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피로와 일상의 무게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포착하려는 그 시도, 모네가 수련을 그리며 느꼈던 그 충동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회사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형광등 불빛 아래서 자신을 마주하는 그 순간의 처연함과 단호함. 하루를 버텨내기 위해 자신을 다시 세우는 그 몸짓이 프리다 칼로가 침대에 누워 거울을 보며 자화상을 그렸던 그 절박함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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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우리가 이것을 예술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갤러리의 흰 벽에 걸린 것만이 예술이고, 무대 위의 퍼포먼스만이 진짜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진짜 예술은 생존의 현장에서 피어난다. 절망의 밑바닥에서, 권태의 한복판에서, 사랑의 뜨거움 속에서.
새벽 4시,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며 중얼거리는 자장가. 퇴근 후 소파에 몸을 맡기며 천장을 바라보는 그 시간. 연인과 헤어진 후 혼자 마시는 맥주 한 모금의 쓴맛. 이 모든 것이 예술이다. 삶을 견디고 사랑하고 창조하는 모든 순간이.
우리는 캔버스 대신 일상을 갖고 있고, 물감 대신 감정을 갖고 있으며, 붓 대신 선택을 갖고 있다. 매일 아침, 어떤 옷을 입을지 고르는 것부터 밤에 어떤 잠옷을 입을지 결정하는 것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창작한다. 나만의 색깔로, 나만의 리듬으로, 나만의 이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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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제 인정하자. 지금 이 순간 숨을 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예술이라는 것을. 심장이 뛰고 피가 흐르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모든 것이 세상에서 가장 원초적이고 숭고한 퍼포먼스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속에 살고 있다. 우리 자신이 그 별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빛나고 있는 예술가다.
이것은 자기위안이 아니다. 이것은 혁명이다. 예술의 민주화이자, 삶의 승격이며, 존재의 찬양이다. 우리 모두는 예술가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