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 곳에 낙원이 없더라도 지옥에서 탈출할 수는 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이 문장은 피하지말고 두려움에 맞서라는 교훈처럼 들리는데 마치 도망친다면 나약한 것처럼 실패한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지만 어쩌면 도망치는 것도 하나의 용기일 수 있다. 때로는 우리가 도망친 그곳에서 비로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발견할 수 있다. 도망친다는 것은 단순히 책임을 피하거나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있는 자리에서 벗어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일 때가 많다. 우리 삶의 어떤 순간에는 한 발 물러서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현명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매일같이 철야하며 일하던 직장인 시절 아침에 눈을 떴는데 꼼짝도 할 수 없이 몸이 너무 아팠다. 병원에가니 링거를 맞아야한다 했고 수액을 맞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일생각뿐이었다. 왠만하면 하루 쉬었겠지만 회사는 너무 바빴고 병원에서 바로 회사로 출근해 밤 10시까지 야근하다가 새벽까지 철야할 다른 팀원들에게 미안해하며 퇴근해본적이 있다. 그렇게 끝까지 몰아세우며 일하다 결국 번아웃을 겪었다. 극도의 스트레스가 매일 반복되며 신체화 증상으로 눈앞이 하얗게되며 안보이는 일도 생겼고 하루종일 긴장된 상태로 있다가 잠에 들다보니 이를 세게 물어서 턱관절이 생기고 손을 꽉 쥐고 잠들어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세겨져있었다. 나는 이 일을 재미있는 지옥이라고 표현 하곤했는데 재미있고 보람도 있었지만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같았다.
그 상황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 절실히 필요했고 회사에서 잠시 떠나거나 새로운 환경을 찾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유일한 선택일 수 있다. 주변의 시선과 내면의 죄책감을 무릅쓰고 자신에게 필요한 길을 선택하는 것. 그당시 나는 제주로 도망쳤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텝을 하면서 지냈는데 여행자들이 어떻게 제주에 오게되었는지 물어볼때마다 이렇게 답했다.
"살려고 왔어요."
도망친 그곳이 반드시 낙원일 필요는 없다. 사실 낙원을 기대하며 도망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숨을 고르고 자신을 돌아보며 다시금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 될 수 있으며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더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스스로를 책망하지말고 이렇게 물어보자.
“지금 선택한 이 자리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무엇이 나를 회복시키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할까?”
삶의 모든 과정은 더 깊고 더 너른 사람으로 만들어줄테니 도망친 곳에서 마음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힘을 길러보자.
도망친다는 것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일 뿐이며 우리는 새로운 문장을 써 내려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