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그 너머 이야기

아무도 말하지 않을 때, 나는 말해야 했다.

by silence voice


이 글은 《균열 그 너머 이야기》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아무도 말하지 않을 때, 나는 말해야 했다.’

평범하고 고요했던 저의 세계에 생긴 하나의 ‘균열’ 앞에서,

아무도 방향을 알려주지 않을 때 더듬거리며

홀로 항로를 찾아 나섰던 한 사람의 내밀한 항해 일지입니다.

한 여름, 닫힌 철문 앞에 홀로 서야 했던 어느 사람의 이야기.

이제, 당신을 그 뜨거웠던 여름의 아파트 복도로,

굳게 닫혔던 문 앞으로 초대합니다.





프롤로그: 균열의 시작


누구나 자신만의 고요를 찾아 헤맨다. 도시의 소음, 타인의 시선, 내면의 들끓음에서 잠시 비켜나 숨어들 수 있는 작은 안식처를.


몇 블록 떨어진 번화가의 소란마저 희미해지는 이곳, N 아파트가 나에게는 그런 곳이었다.


창문을 열면 계절의 냄새가 먼저 와닿고, 복도를 나서면 익숙한 이웃의 얼굴과 마주치는 곳.


지난 7년간, 나는 이 평범하고 안온한 정적 속에서 삶의 뿌리가 단단히 내리고 있다고 믿었다.


그 믿음이 얼마나 위태로운 기반 위에 서 있었는지, 그리고 그 고요가 때로는 침묵과 동의어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어떤 균열은 가장 단단하다고 믿었던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균열 그 너머 이야기 : 프롤로그 영상]


아주 사소한 파열음과 함께, 모든 것을 뒤흔들며. 여름의 초입, 엘리베이터 안 차가운 스테인리스 벽에 붙은 이질적인 흰 종이 한 장.


그것은 나의 평온한 일상에 던져진 첫 번째 돌멩이였다.

딱딱하고 감정 없는 활자로 찍힌 ‘긴급 안내문’과 ‘폐쇄조치’라는 단어들. 그것은 단순한 통보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당연하게 존재했던 공간의 경계를 일방적으로 다시 긋고, 누군가의 권리를 아무렇지 않게 지워버리는, 우리의 동의나 목소리는 필요 없다는 듯,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비정한 힘의 언어였다.


그날 이후, 내가 알던 아파트의 공기는 미묘하지만 분명하게 달라졌다. 이웃들의 침묵은 더욱 무겁게 내려앉았고, 늘 그 자리에 있던 공용창고 문은 돌처럼 굳게 닫힌 채 나를 외면했다.


나는 그 깊어지는 침묵과 낯선 풍경 속에서 홀로 서 있었다. 예고 없이 찾아온 하나의 사건은 그렇게, 나의 견고했던 세계 전체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히 아파트 공용창고 하나를 둘러싼 분쟁 기록이 아니다.


여기에는 부당함 앞에서 평범한 개인이 느끼는 깊은 무력감과 고독, 진실을 가리는 거짓과 오만한 시선에 맞서야 했던 치열했던 시간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두가 침묵할 때 홀로 목소리를 내야만 했던 한 사람의 무거운 책임감과 외로운 투쟁이 담겨 있다.


또한, 차가운 사실 확인의 여정 속에서 발견한 인간의 나약함과 위선, 진실을 왜곡하고 개인을 고립시키는 교묘한 시도,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뒤에도 쉬이 가시지 않는 씁쓸한 뒷맛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공동체라는 배를 타고 각자의 바다를 항해한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암초에 부딪히고, 이해할 수 없는 규칙의 파도에 휩쓸리며, 외면하고 싶은 진실의 심연과 마주한다.


이 기록은 그 막막한 바다 위에서, 평범하고 고요했던 나의 세계에 생긴 하나의 ‘균열’ 앞에서, 아무도 방향을 알려주지 않을 때 더듬거리며 홀로 항로를 찾아 나섰던 한 사람의 내밀한 항해 일지다.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 어떻게 귀 기울여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침묵의 벽을 넘어 나 자신과 우리 모두의 최소한의 존엄을 지켜내야 하는지에 대한.


이제, 당신을 그 뜨거웠던 여름의 아파트 복도로, 굳게 닫혔던 문 앞으로 초대한다.


나의 이야기가 당신의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고, 혹시 당신 안에도 존재할지 모르는 침묵과 마주하고 무언가를 고요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부디, 아무도 말하지 않을 때 시작된 나의 싸움이 당신에게 작은 힘과 용기가 될 수 있기를.




저의 항해에 함께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