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사보하1_추억이 밀려올 때

평범한 사람의 보통의 하루

by 고요


집 근처 단골 카페엔 내가 만든 스티커가 있다. 제주에 살면서 찍은 숙소 강아지와 풍경 사진을 스티커로 만들어서 카페 사장님께 선물로 드렸는데, 그걸 기계 뒷면에 붙여두신 거다. 그리고 소품샵에서 산 노란 꽃 엽서도 함께 붙어있다. 제주에서 보냈던 나만의 시간과 추억을 다른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다는 거, 생각보다 값진 일이구나. 여행의 여운을 어렴풋이 느끼는 게 아니라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도 새롭다. 아주 잠깐이지만 제주에서 보고 듣던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제주에서의 나는 즐기고 있는 그 순간에도 먼훗날 이 순간이 그리울 것 같아 벌써부터 슬퍼지곤 했다. 그럴 때면 숨을 크게 한번 내쉬고 듣고 있던 노래를 더 키운 다음 당차게 걷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지금을 있는 그대로 누리는 사람처럼 말이다. 제주에서는 그렇게 지금 눈앞의 모든 걸 온전히 느끼며 살았고 그게 내 일상이었다. 처음 경험해 보는 그 일상이 마냥 좋았다. 아무런 걱정도 의심도 없는 하루가 편안해서 그 일상을 내 삶으로 만들고 싶었고 꼭 그렇게 살 것이라 꽤 굳게 다짐했다. 마음먹은 대로 참 좋겠지만 현실과 잘 타협하는 나는 제주의 삶을 잠시(?) 마음속에 묻어두고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일상이 지칠 때마다 제주의 일상이 돌아오라고 속삭이는데 이렇게 뜬금없이 동네 카페에서 그 속삭임을 들을 줄이야.. 마음속에 뭔가를 품고 산다는 건 겨울철 붕어빵을 지나치는 것처럼 견디기 힘든 거구나. 스티커를 보다가 생각이 너무 멀리 나왔다.


그나저나 내 옆 테이블 커플은 저 귀여운 강아지 스티커의 출처가 나라는 걸 모르겠지. 말하고 싶어서 속으로 혼자 방방 뛰어다녔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지만 갑자기 나를 추억 속으로 데려가 내게 이런 시간도 있었다는 걸 알려준 소중한 일요일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