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돌아가는 길은 차가 전혀 막히지 않았다. 삼십 분 만에 집에 도착한 어머니는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냈다.
읽어본 적도, 읽을 생각도 없는 두꺼운 책들로 가득한 어두운 거실에서
그녀는 안주도 없이 소주를 깠다.
“형님은 개뿔... 씨발년.”
핸드폰을 던져버리며 그녀가 중얼거렸다.
“남자 복이 없다는 게...”
반년 뒤 초등학교에 들어가야 할 아들은 여전히 한 단어로 세상을 받아쳤고,
결혼할때 세상을 주겠다던 남편은 이제 한달에 두번 들어올까 말까했다.
"화상은 괜찮으려나..."
이제서야 아들 걱정을 하는 자신이 가증스러워 웃음이 났다.
한참을 미친 여자처럼 소주를 들고 현관과 차량을 오가던 그녀는
소주 반 병을 채 비우지 못하고 의식이 꺼졌다.
그 사이 큰집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누군가 뉴스 채널을 틀자 침묵하던 남자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정권 바뀌어야 된다. BBK고 뭐고 경제 살리는 사람이 해야지. 이명박밖에 없다.”
큰아버지의 말에 아버지가 피식 웃었다.
“니 와 웃노?”
“아무것도 아닙니다. 뉴스나 마저 보시죠.”
“와 웃냐고 묻는다 아이가!”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아이들은 2층으로 보내졌다.
아버지는 삐딱하게 고개를 꺾으며 비아냥거렸다.
“형님은 손가락 하나 안 까딱하고 혼자 집 물려받아 놓고, 경제를 입에 담는 게… 참 웃기지 않습니까?”
옆에 있던 고모들이 거들었다.
“막내 말이 맞다. 우리가 아버지한테 얼마나 잘했는데, 이럴 수 있나.”
할아버지는 침묵했고, 큰아버지는 아버지를 쏘아봤다.
“내가 아무것도 안 했다고? 고생하기 싫어 도시로 도망간 니가 할 소리가! 나는 아버지 따라 손발 닳도록 농사지었다!”
"아버지가 공부하라고 등떠밀어 간게 왜 도망간겁니까!”
큰아버지가 던진 리모컨이 의자에 맞고 박살 났다.
“마! 너 지금 형한테 소리 질렀나?”
“시끄럽다! 추석에 이게 뭐 하는 짓이고!”
할아버지의 호통에 방 안은 정적이 흘렀다.
할아버지는 한숨을 내뱉으며 아버지를 쏘아봤다.
“막내야. 이 자슥아, 네 마누라는 어디 갔노?”
“모르겠습니다.”
“제 마누라 하나 똑바로 건사 못하면서 무슨 집을 달라 하노! 네 몫은 없다!”
아버지의 안색이 험악하게 변했다.
“지금 여기서 마누라 얘기는 왜 또 나오는데예!”
“허어… 그럼 네 차는 어디 있노?”
아버지는 멍하니 창밖을 보았다. 차가 없었다.
할아버지가 혀를 찼다.
“네가 자식 다치든 말든 신경도 안 쓰는 데 마누라 속이 안 뒤집어지겠나! 이 한심한 놈아!”
쏟아지는 멸시에 아버지는 난생처음 할아버지에게 소리를 질렀다.
“됐습니다! 집에 갈랍니다!”
아버지는 2층으로 올라가 남매의 손을 거칠게 낚아챘다.
“가자!”
“ 아파! 아프다!"
둘째의 물집이 터져 손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버지는 그것을 보며 손아귀에 힘을 더 주었다.
“아파가 아니라 '아버지, 아파요.'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