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꼭 필요한 건 무엇인가요?
출국을 앞두고 본격적인 짐싸기에 앞서,
누구나 이 질문을 검색창에 입력해본다.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이 제목을 그냥 넘기긴 어려울 것이다.
짧지 않은 시간을 타국에서 지내려면
먼저 경험한 선배들의 조언이 절실하다.
사가면 유용한 물건부터 공부 방법, 학사 일정,
취업 정보, 생활 팁까지.
도움이 될 정보는 끝이 없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려 한다.
필요한 물건은 사람마다 다르다.
향기가 중요한 사람, 옷이 중요한 사람,
화장품이 중요한 사람처럼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다르니까.
하지만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준비가 있다.
바로 혼자 벌레를 죽일 수 있는 담력.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용기.
기숙사에 살 때는 잘 몰랐다.
하지만 주택으로 이사하면서 알게 됐다.
벌레라면 질색하던 내가
이젠 하루에 한 번씩 벌레와 전쟁을 벌인다.
그것도 손바닥만 한 거미를 상대로 말이다.
(충격 방지를 위해 사진은 생략한다.)
첫 거미와의 대면은 기숙사였다.
한국식으로는 1층, 영국식으로는 그라운드 플로어.
공용 주방 한구석에 거미가 자주 출몰한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처음으로 플랫메이트들과 함께 요리하기로 한 날,
인생에서 가장 큰 거미를 마주했다.
아무도 잡지 못하던 순간,
“엄마아아아!”를 외치며
일본인, 대만인 친구들 앞에서 거미를 잡았다.
그날, 나는 우리 플랫의 작은 영웅이 되었다.
그 뒤로는 ‘용감한 아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 후로는 4층으로 옮기며 거미를 볼 일은 없었지만,
주택으로 다시 이사하면서
크고 작은 거미들과, 정체 모를 벌레들과
함께 살게 됐다.
심지어 집 앞 마당에는
정체 모를 버섯이 자라고 있다.
이게 바로, 영화 속 로망이 사라진, 진짜 영국이다.
이젠 벌레와 같이 사는 일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작은 벌레 한두 마리쯤은 눈감아 줄 여유도 생겼다.
이런 나 자신이, 나조차도 신기하다.
유학, 혹은 독립을 준비한다면
짐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게 있다.
바로 ‘혼자 살아갈 마음의 준비’.
당신의 인생에서 꼭 필요한 준비물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