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록과 열쇠 중,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요?
영국에 도착하던 날,
내게 주어진 첫 열쇠는 너무 낯설고 어려웠다.
열쇠는 계속해서 헛돌기만 하고,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날부터 나는 매일,
편리함과 편안함 사이에서 스스로를 조율하기 시작했다.
불편함에 적응하며 진짜 편안함이 무엇인지 되묻던 시간들.
나는 아직 그 두 감정 사이 어딘가에 서 있다.
유럽에서 '연애'를 실감하는 순간은
연인의 집 열쇠를 받을 때라 한다.
그리고 내가 영국에 온 걸 실감한 첫 순간도,
기숙사에 도착해 열쇠를 받았을 때였다.
디지털 도어락만 누르던 내가,
이제는 열쇠가 없으면 방에 들어갈 수 없게 됐다.
또 철문 하나를 열 때마다, 전자키를 가져다 대야 했다.
열쇠를 건네 받고 문득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늘 열쇠를 잃어버려 엄마에게 혼나고,
친구 집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어린 내가.
그때처럼 열쇠를 잃어버리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이 이야기에 공감한다면
아마 그대도
나와 같은 시대를 지나온 사람일 것이다.
다행히 아직, 열쇠는 나와 함께 있다.
그렇게 또 한 뼘, 나는 자라고 있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자주 하는 생각이 있다.
한국은 편리하고, 영국은 편안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정착해야 할까.
편리함과 편안함, 안전과 안정.
어느 하나만 고를 수 없는 나는
오늘도 이 낯선 곳에서 흔들리고 있다.
새벽 배송의 편리함,
아플 때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편안함,
둘 다 바라는 건, 정말 욕심일까.
도어록과 열쇠, 그 사이에서,
나는 여전히 흔들리지만,
조금씩 단단해져 가고 있다.
당신에게 편안함과 편리함은 어떤 의미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