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맞춤의 예의

당신은 효율과 여유 중 어느 쪽에 익숙한가요?

by silentmoonlight

한국의 식당에선 불편할 일이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원하는 자리에 앉으면 됐다.

필요할 땐 테이블의 벨을 누르거나,

손을 들어 종업원을 부르면 금세 다가왔다.

모든 게 빠르고 효율적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달랐다.

종업원이 자리를 안내해 주기 전까지는

그저 조용히 기다려야 했다.

거기다 오기 전부터 들었던 말이 있다.

“유럽에서는 식당에서 절대 손을 들어 부르면 안 된다.”

그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했다.

대신, 눈이 마주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한국인에게 이 기다림은 낯설다.

실제로 부모님과 북유럽 여행을 갔을 때,

문 앞에서 종업원을 기다리는 나를 보고

왜 들어가 앉지 않냐며 답답해하던 부모님을

내가 오히려 달래야 했다.


처음엔 나도 그 기다림이 불편했다.

‘빨리빨리’에 익숙했던 나에게

그 잠깐의 정적이 낯설고,

어쩐지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조금씩 이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그 기다림 속에도 좋은 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종업원이 눈을 마주쳐 줄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앞에 있는 사람과 한마디 더 나누고

눈웃음을 주고받는 시간이 생긴다.


그때 문득 생각했다.

‘빠른 게 정말 좋은 걸까?’

조금 느린 그 시간 안에

소중한 사람과 더 머물 수 있다면

그건 나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가끔은 답답하기도 하지만,

오늘도 그 답답함 속에서

내 생각을 정리할 여유를 얻는다.


빠름과 여유 중,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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