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이별한 날,
나는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서툰 이별 뒤, 조용히 연습하는 단단해지기

by silentmoonlight

공항에서 엄마와 이별하던 날,


그동안 서운할 정도로 담담했던 엄마가,

출국 게이트 앞에서 처음으로

나를 안으며 마음 속에서 나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진짜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남들보다 10년 늦은 유학.

엄마의 한숨을 생각하며

한참을 울기만 하던 내가

영국에서의 혼자서기를 통해,

느리지만 천천히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그 첫날의 기억이다.


혼자 서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마음은 아직 어렸고, 어른이 되어가는 길은 늘 흔들렸다.

결국, 3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나는 영국 유학을 선택했다.


엄마의 짧은 한숨과 따뜻한 포옹을 마지막으로,

나는 18시간의 비행에 올랐다.

그중 17시간을 잠들었다.

두려움을 잠으로라도 덮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도착한 리즈는 너무나도 추웠다.

캐리어는 사라졌고, 픽업은 놓쳤고, 학교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공항에서 받은 엄마의 영상통화는

참고 있던 서러움을 결국 터뜨리게 만들었다.

이런 서러움, 유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지 않았을까.


“엄마, 나 짐 잃어버렸어. 나중에 전화할게.”

엄마는 “괜찮아. 곧 찾을 거야. 당황하지 마.”라고 했지만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멀었다.

당장이라도 다시 비행기를 타고 싶었지만

이제는 늦었다.


그렇게 힘겨운 시간을 지나 도착한 기숙사.


잠이라도 자기 위해

이불과 베개를 사러 나섰다.


낯선 거리에서 길을 헤매던 중,

다시 걸려온 엄마의 전화에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이곳이 정말 낯선 나라라는 것과

이제는 이곳에서 살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새겼다.


외로운 눈물의 쇼핑이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 후, 방에만 머무르며 엄마가 챙겨준

에너지바와 약과로 이틀을 지냈다.

이후로도 몇 주 동안은 매일같이 울었다.


낯선 풍경과 낯선 사람들, 낯선 음식들.

익숙한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내가 한 선택이었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눈물로 보내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감정들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가 작은 위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여름의 이별과 눈물은 내 성장의 서막이었다.

낯선 도시에서 나는, 조금씩 단단해지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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