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와서 가장 많이 보낸 시간

기숙사 방에서 한국의 아침을 기다리던 밤

by silentmoonlight

유학생활을 돌이켜 보면

내 시간을 가장 많이 차지했던 건

혼자인 밤이었다.


보통 유학생활이라고 하면

화려한 파티나

시끌벅적한 친구들과의 모임을 떠올린다.


하지만 나의 유학생활은 조금 달랐다.

때로는 그런 밤도 있었지만

수업이 없거나 과제가 없는 밤이면

주로 나는 온전히 혼자였다.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저녁 찬거리를 산다.

방에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공용 부엌으로 가 간단히 저녁을 만든다.

조금 이른 시간에 밥을 먹는다.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방 안에는 다시 조용한 시간이 찾아온다.


괜히 평소 보지 않던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책을 읽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창밖을 바라보며

달을 보고 사색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방 안에서 혼자

다음 날 아침까지

휴대폰만 만지며 밤을 보내곤 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출근을 위해 일어나기를 기다리거나,

엄마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며

휴대폰 화면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던 밤들.


그 시간 동안

나는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 덕분에

나는 나를 많이 돌아볼 수 있었다.


아마 그 밤들이

유학 전의 나와

유학 이후의 나를

조금씩 바꾸어 놓았을 것이다.


내 삶을 위한 시간이었지만

때로는 지독한 외로움이기도 했던 그 밤을

지금 한국의 나만의 공간에서

문득 다시 떠올려 본다.


같은 혼자만의 시간이지만

그 깊이는 전혀 다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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