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가끔 드라마처럼

by 고요한밤

1.

1남 3녀의 장성한 자식들과

70대 후반의 배우자를 남겨둔 채로

나의 부친은 재작년 7월의 어느날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https://brunch.co.kr/@silentnight/34


생전 제대로 된 재테크와는 거리가 멀어서,

용인의 작은 아파트와 약간의 금융자산이

그가 남긴 경제적 유산의 전부였다.

갑작스레 몰아쳤던 임종과 장례식 기간을 거치고

살아있는 자들에게 당면 과제로 떨어진 것은

바로 상속신고의 의무였다.

일단 수 년 전 시아버지 때 경험했던 절차를 복기하며

상대적으로 시간이 한가했던

차녀인 내가 진두지휘 총대를 메었다.


여러 이유 중의 하나로

외아들인 남동생이 부친 장례식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부친과 동일한 부위에 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부친도 그 암을 시작으로 항암을 진행하다가

3-4년 경과 후 주변 장기와 뼈로

급속도로 전이가 되는 과정을 겪었기에.

4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3남매의 아빠로 바쁘게 살던 남동생이

부친이 소천하신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동일한 암으로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은

모친을 비롯, 모든 가족들을 비통하게 만들었다.

특히 부친의 투병 기간 내내 가까이에서 함께 하시고

시기별 증상과 변화 과정과 그 고통을 소상히 아시는

모친의 충격이 가장 크셨다.


2.

일단 부동산 등기 이전부터 준비하였다.

50/50의 지분으로 부부 공동소유였던 아파트를

배우자 앞으로 100% 이전하는 것이 일 순위였다.

가족 구성원 별로 주민센터에서

각종 증명 서류와 인감을 준비시키고서

내가 대표로 법무사 사무실에 방문하였다.

법무사 사무실서는 자기네 사무실 안에서조차

가족 간에 머리 뜯고 싸우는 일이 비일비재라며,

어머니 앞으로 전권 이전하는 것에 대해

자녀들의 합의를 재차 확인했고,

가져온 인감도장들을 종이에 겹쳐 찍으며

순조롭게 제출을 마무리하였다.

일정 기간 후 새로운 등기권리증이 배송되며

그 부분은 깨끗이 일단락된 듯했다.


이후 사망신고와 안심상속서비스를 통해

망자의 생전 자산과 부채 정보가

금융기관 별로 각각 유가족에게 전달되고,

그 금융기관마다 일일이 찾아가

잔고증명/거래내역 증명 10년 치 기록을

(농협은 15년 치) 공식 발급받아야 했다.

초기 암 수술 후 회복도 제대로 못한 남동생이 전담하여

여러 기관마다 꼼꼼히 챙겨서 정리했다.

이것만도 2-3개월은 족히 소요된 듯하다.

사망일 이후 6개월 안에

상속신고가 마무리되어야 하므로

내가 아는 세무사를 통하여

모든 절차를 잘 마무리하였다.

이후 국세청 조사관들의 추가 조사나

추가 서류 보충이나 소명 요청이 있을 수 있으므로,

1년은 무사히 지나야

모든 신고 절차가 완료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3.

문제는 바로 아래 미혼의 여동생에서 시작되었다.

어느 순간 여동생의 작은 오해와 과오들이 커져 가면서

형제들 사이 갈등이 깊어져만 갔다.

모든 대화는 일절 거부하면서

기존의 합의된 내용들을 번복하고

모친의 사망 이후 상속 내용까지

운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장 모친이 아프신 것도 아니고

오늘내일하는 중병에 걸리신 상태도 아니며

엄연히 생존해 계신 상황임에도 말이다.


모친은 미운 자식일망정 끝까지 품고

한 집에서 계속 같이 살겠다고 하시는데

아직도 가족 안에서 해결되지 못한 일들이 줄줄이 있다.

그리고 남동생은 6개월 단위로

정밀검진을 통해 추적검사를 계속해야 하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

조기 검진으로 수술은 잘 되었지만

독한 암세포가 어느 장기에 숨어 있다가

언제 어떻게 발현될지 모르므로

늘 극도로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


4.

부친의 1주기가 되기도 전부터 벌어진 많은 일들로

아직까지 여전히 꿈 속에 있는 듯하며,

때로는 내가 드라마 속 연기자가 되어

트루먼 쇼같이 생활 연기를 하고 있는 듯한

아리까리한 착각에 젖어들 때도 있다.

어찌 되었건 모든 갈등이 일거에 해소되는

완벽한 해피 엔딩의 결말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루하루 별일없이 잘 지나가기만 하면 좋겠다.


특히 미국의 새벽 시간에 깨어

한국서 오는 전화나 톡에

화들짝 놀라는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