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아 올린 작은 공이 만든 대형 사고
1.
2024년 10월 초 토요일이었어.
다니는 교회에서 연례행사인 골프대회가 있었지.
4인조(Foursome) 22팀, 88명의 신청자가
스크램블 방식의 샷건(매홀 동시 시작)으로 시작했어.
스크램블 방식은 각 팀의 4명 선수가 각자 티샷을 하고
가장 좋은 위치의 볼을 선택해서
그 위치에서 4명이 각자 세컨드샷을 해.
이런 식으로 그린 위에 올라간 공들 중에
홀컵과 가장 가깝거나 들어갈 확률이 가장 높은 위치에서
4명이 모두 퍼팅을 해서 최종 성적을 기록해.
3명이 못 넣어도 1명이 성공하면 팀의 점수로 되지.
2.
우리 부부가 속한 팀은 5번 홀에서부터 출발해서
12번 홀에 이르렀어.
원래 파 4에 왼쪽으로 크게 구부러진 홀인데
그린 보수 중이라 임시 그린을 앞쪽에 만들어놔서
상대적으로 짧은 거리의 파 4이긴 했지.
각각 드라이버로 티샷을 치곤 그린 근처로 가봤어.
남편은 자기 공이 홀컵의 깃발 뒤로 넘어간 것 같다며
그린 주변을 카트로 돌고 있었는데
같은 팀 멤버들이 갑자기 괴성을 마구 지르는 거야.
홀컵 안에 공이 쏙 들어가 있다고.
파 4에서 홀인원을 알바트로스라고 하는데 (-3)
그 엄청난 걸 이 양반이 해낸 거야.
개인 친목 라운딩서 나온 것도 아니고.
공식 토너먼트 대회에서 벌어진 일인거지.
이후 어떻게 쳤는지도 모르게 경기를 마무리하곤
참석하신 많은 분들의 축하와 악수 요청을 받았어.
홀인원 상품을 미처 준비 못했다고
주최 측에서 상당히 미안해하기도 했어.
그리고 남편은 장기 출장을 위해 바로 공항으로 떠나버렸고
그 다음날인 주일에 교회에서 주인공은 사라진 중에
교인들의 축하는 모두 내가 받게 된 거지.
아들이 속한 청년팀이 11언더파 성적으로
2년 연속 전체 우승을 했건만
아빠의 소식에 기냥 묻혀버린 셈이 되었네.
3.
남편에게 첫 파3 홀인원은 06년 중국 심천에서였고
24년 파 4 알바트로스로 인해
알바트로스-파3홀인원-이글-버디 등을 모두 쳐본
행운의 전설적 용자가 되었지.
특히 이 와이프가 옆에 같이 있던 때라 더 생생했어.
대학시절 야구팀에서 홈런 친 볼도 여태 모셔져 있고
공으로 하는 모든 종목엔 다 짱짱한데
이번엔 정말 엄청난 “6백만 분의 일 사나이”로 등극한 거지.
나중에 듣자하니 입소문이 지역 내에 퍼져서
골프를 전혀 안 치는 사람들마저도
“그냥 홀인원보다 더 좋은 홀인원이 나왔다면서요?”
질문을 할 정도로 센세이셔널한 뉴스가 되었다는데.
최근 방영된 김부장 드라마에 나오던 장면처럼
뒷풀이와 기념품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진 않았지만
그때의 생생한 느낌과 짜릿한 손맛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고 하더라고.
그 덕분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하는 일마다 잘 되고 잘 풀리는 걸 보면
아직껏 신기하기도 하고.
좋은 기운이라는 게 실제로 있는 건가 싶기도 해.
4.
나도 언젠가는?
계속 연습하고 꾸준히 쌓아간다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