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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jonler Sep 13. 2018

<서치>'실체'의 '부재'인 삶의 '실제'를 조우하다

영화로 철학하기

<서치 Searching> (2017)

<서치 Searching> (2017)

<서치 Searching>(2017)

감독 : 아니쉬 차간티

주연 : 존조 



*스포있음




1. “Mom would be too. “


데이빗은 아내를 죽음으로 상실했다. 

이후 그는 시간의 흐름에 모든 것을 맡기고 의도적으로 아내에 대한 언급을 피한다.

딸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도 “네가 자랑스러워.”라는 말 뒤에 “엄마도 그럴 거야”라는 말을 쓰지만 결국 보내지는 않는다. 

딸 마고는 엄마와의 추억을 아빠인 데이빗과 공유하고 싶지만 의도적으로 엄마를 언급하지 않는 데이빗과 깊은 대화가 줄어든다. 그들은 서로에게 진정으로 닿지 못한다. 


그러다 딸 마고의 실종사건으로 데이빗은 ‘상실감’은 시간이 지나도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딸의 흔적을 쫓으며 딸을 진정으로 알아가고, 그 가운데 자기 자신을 찾는다. 딸을 되찾아 가는 과정에서 상실의 슬픔, 그 감정과 정면으로 조우하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딸에게,

“네가 자랑스러워.”라는 말을 하고는

“엄마도 그럴 거야.(Mom would be too)”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2. 쏟아지는 정보 속 ‘팩트’를 구별하는 것은 결국 사유.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웹상에서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텍스트로 내 공간에 앉아서 지켜볼 수 있는 시대다. 휴대폰 하나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이메일 등으로 소통할 수 있고 영상통화를 하며 서로의 모습을 수시로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의 SNS 공간만 해도 소통의 주체들이 그 실체를 드러내거나 얼굴을 맞대지 않아도 자신들의 생각을 담은 텍스트나 영상, 사진 등으로 생각을 주고받으며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실체’가 내 눈앞에 ‘실재’ 하지 않지만, 이 ‘실체’의 ‘부재’는 우리 삶의 ‘실제’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편리함 뒤에 감춰진 어두운 이면은 ‘흔한’ 얘기가 되어버렸지만 영화는 그 점을 ‘흔하지 않은 방법’으로 보여준다. 영화 전체를 컴퓨터 프레임 안에서 진행시키는데, 이것은 마치 ‘실체’의 ‘부재’ 가운데 펼쳐지는 ‘실제’ 우리 삶을 보는 것 같다.


인터넷 세상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양의 정보는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사실여부를 가늠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는 누구라도 근거 없는 거짓도 사실인 것처럼 재생산이 가능한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음을 뜻하며, 아버지의 사랑마저 본의를 오해받는 배타적인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영화에서 범인은 이 점을 이용해 진실을 덮는데 ‘거의’ 성공한다. 그러나 결국 진실을 밝힌 것은 웹상의 기록과 함께, 딸을 찾기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주어진 정보를 ‘촘촘’하고 ‘섬세’하게 다뤄 팩트를 알아보고, 구분해 낸 데이빗 이었다. 

진실과 거짓이 혼재된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실체’의 ‘부재’함을 살아가는 것이 현대 우리의 ‘실제’ 삶이라면 그 순기능의 수혜자는 바로, 사유하는 인간이다.





3. 연출, 프레임


영화라는 매체는 보통, 배우들의 표정에 의해 비교적 직관적으로 감정을 전달받는다. <서칭>은 컴퓨터 프레임 안에서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독특한 특성상, 컴퓨터 화면 상에 나열되는 텍스트로 인물들의 생각을 전달받는 순간이 많았다. 배우들의 표정으로 전달받는 감정만큼의 전달력!

텍스트 끝에 느낌표를 썼다 지우고 마침표를 찍는 그 한 순간으로도 인물들의 감정이 보일만큼 탁월한 연출이 돋보인다. 영상으로 잘 구현된 텍스트의 나열로 직관적 감정을 전달받는 느낌이 신선하다.


범인이 체포되는 순간에, 영화의 프레임이 이전까지와 다르게 컴퓨터 프레임이 아닌 ‘실제’인 것처럼 보인다. 점점 ‘줌 아웃’되며 이 화면 역시 컴퓨터상의 영상임이 밝혀진다.

이 장면의 연출은, 여전히 모든 방면에서 컴퓨터나 인터넷에 많은 부분을 기댈 수밖에 없고, ‘실체’의 ‘부재’가 ‘실제’ 일 수밖에 없는 우리 삶의 필연성을 상기시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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