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고 보면

by silknot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물어왔을 때

아이는 그저 ‘모른다’고 답했다.


아이는 자라서 청년이 되었고

청년이 된 아이는 같은 질문에 ‘너무 많다’고 답했다.


아이는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많이 울었다.

아이는 그 우울마저 좋아했다.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었고

어른들은 이제 어른이 된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어른이 된 아이도 점점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씩 싫어하는 것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싫은 것들에 시름 시름 신물이 날때

아이는 이따금 좋아했던 것들을 더듬더듬 짚어보며 꺼내보곤 했다.

‘취향은 변하지 않아’라고 되뇌며 녹슨 취향의 먼지들을 털어보곤 했다.


취향의 향취가 있다면 언젠가 날아가는 것인지

취향의 여정이 있다면 어느 순간 발걸음을 멈추는 것인지


아이는 아이가 좋아하는 우울에 이제 울지 않는다.

아이는 어느샌가 그 우울도, 나이와 함께 낡아간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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