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봉하면 원룸 크기가 달라질까(2)

두번째 이야기_엄마가 그려준 창문이 있던 방

by 애미라이터

서브작가로 정식(?) 입봉 후
월급이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랐다.


그리고 처음
내 "방" 이 생겼다.


그곳은 신촌 근처에 있는 15평짜리 빌라였다.


내가 일하는 외주제작사와 걸어서 10분거리였기 때문에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그 집에는 방이 세 개 있었고
보증금 없는 월세 25만 원짜리 제일 작은 방이

"집" 이 되었다.


제일 큰 방에는

늦은 밤 출근해 아침에 퇴근하는

마사지사 언니가 있었고,


두 번째 방에는 이대 나온 직장인이,


제일 작은 방에는

이제 막 입봉한 내가 살고 있었다.


특히 내 방은
네 벽이 모두 "벽" 뿐
창문 없는 방이었다.


하지만 나는 행복했다.


처음으로 나만의 공간이 생긴거였으니까.


내가 신촌에서 방을 구했다고 했을때
엄마는 한달음에 서울로 올라왔다.


8월 한 여름이었는데

내 방을 보고 덥겠다며 선풍기 한대와 함께
창문이 그려진 시트지를 사줬다.


"이제 창문 생겼지? 야 방 좋다~"


그리고 뭐가 그리 급한지

바로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갔다.


2평도 안되는 작은 방이었지만
나는 그곳에서 책도 읽고 노트북으로 영화도 보며

저녁이 있는 삶을 누렸다.


그러던 어느날.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고개를 돌린


그 순간

나는 비명을 질러댔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혐오하는
손바닥만한 바퀴벌레가

나를 보고 있었다.


아니 창문도 없는데 대체 어디로 들어온거지?


알고보니 방 벽에 붙어있던 보일러 조절기 틈에서 나온 거였다.
순간,

감탄이 나왔다.


아니 저렇게 큰 몸을 구겨 넣어서 저길 통과할 수 있다고?


나는 무조건 잡아 죽여야 한다는 생각에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걸 휘둘렀는데
하필 내 보물 1호였던 통기타였다.


팅~! 하는 소리와 함께

통기타로 바퀴벌레를 내려쳤지만

어찌나 빠른지 놓치고 말았고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멘붕에 빠진 나는
그대로 방문을 닫고 집을 나와 버렸다.


그리고 2시간 동안

신촌과 이대를 정처없이 떠돌다가
에프킬라 한통을 사들고 다시 들어갔다.


조심스럽게 방문을 연 순간
천장에 붙어있던 녀석과 다시 눈이 마주쳤고

내가 에프킬라를 미친듯이 뿌리는

그 순간

그 녀석은


날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제일 끔찍하다는
날아다니는 바퀴벌레.


나는
미친듯이 에프킬라를 뿌려댔고
반통 정도 뿌렸을 때
그 녀석은 KO.
죽었다.


나는 벌벌 떨며
에프킬라로 미끌거리는 바닥을 물티슈로 닦으며
뒤집어져 운명한 그 녀석을

물티슈를 최대한 두껍게 만들어
종량제 봉투에 넣었다.


그 후로도 몇번,
바퀴벌레, 곱등이가 내방을 찾아왔고


초대하지 않은 불청객 룸메이트가 또 오셨군요. 가실 준비 하시고요~


하면서 에프킬라 한통을 다 쓰곤 했다.


그래도 나는
신촌 빌라 2층 그 방을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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