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봉하면 원룸 크기가 달라질까(3)

세번째 이야기_네? 갑자기 뱃고동 소리요??

by 애미라이터

어느 날, 신촌 빌라 집주인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빌라 관리가 너무 힘들어 집을 정리하려고 하는데,

본인이 사는 아파트에서 같이 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보증금 없이 월세 35만 원.”


게다가 장소는 여의도였다.


방송하는 사람들에겐 일종의 성지로 불리는 그곳에서의 하우스 메이트라니.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오케이”를 외쳤다.


그렇게 방송 4년 차가 되던 해,

나는 꿈에 그리던 여의도에 입성했다.


내 방은 2평도 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방이었다.

그래도 창문 하나는 번듯하게 나 있었고,

길만 건너면 바로 한강이었다.


4월이면 흐드러진 벚꽃을 보러 온 사람들로,

10월이면 세계 불꽃축제를 보러 온 사람들로

동네는 늘 활기가 넘쳤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며 한창 구성안을 고치고 있는데,

적막을 깨는 소리가 들렸다.


“뿌우우우우—”

느닷없는 뱃고동 소리였다.


놀라서 거실로 나가보니,

커다란 크루즈 한 대가 한강을 유유히 가로지르고 있었다.


헛웃음이 났다.


여기가 항구도 아니고 서울 한복판인데,

내 방 책상 앞에 앉아 뱃고동 소리를 듣게 될 줄이야.


여의나루역 3번 출구, 목화아파트 101호.

그날의 비현실적인 풍경은

지금도 내 기억 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낭만 가득했던 여의도 생활은 정확히 2년 만에,

아주 황당한 이유로 마침표를 찍었다.


집주인 언니가 바람이 났다.


바로.


춤.바.람.


어느 날부터


밤마다—

아니, 새벽마다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저러다 말겠지’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강도는 세졌고,

새벽 3시까지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는 날들이 이어졌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날이 늘어갈수록

내 인내심도 바닥을 보였다.


지금 생각하면

“언니, 밤에는 조금만 조심해 줘요”라고 한마디 하면 됐을 텐데,

그때의 나는 그 말 한마디를 꺼내는 게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결국 나는 여의도 방을 나왔다.

방송 6년 차가 되었을 무렵,

나는 여의도를 떠나 대방역 3번 출구로 향했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3층짜리 다세대 주택이었다.

지하와 2층은 세를 주고, 3층에는 주인 할머니가 사는 전형적인 집이었다.

나는 2층 맨 첫 번째 집의 주인이 되었다.


낡은 불투명 유리 대문을 열쇠로 일일이 잠그고 다녀야 했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나만의 주방’과 ‘나만의 화장실’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창문은 큼직했고, 6평 남짓한 공간은 내 기준에선 대궐처럼 넓었다.

가끔 취객들이 집을 잘못 찾아와 걸쇠 하나로 위태롭게 버티는 대문을 흔들어 대기도 했지만,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감히 예상치 못했던

나의 끔찍한 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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