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 들어가기 전엔 몰랐던 것

작가는 글만 쓰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by 애미라이터

방송국 5층에는 소위 ‘철밥통’이라 불리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피디, 카메라 감독, 기자들이 있는 보도국과 편성제작국.


그리고 그 옆으로 줄줄이 늘어선 일대일 편집실.


1평도 채 안 되는 공간에

편집기 한 대, 의자 두 개.

피디와 작가, 딱 두 명만 들어가면 꽉 차는 방이었다.


숨 막히는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생방을 앞두고 쫓기듯 편집하느라,

담배 연기가 자욱해서,

그리고 말 그대로 너무 좁아서.


첫 촬영을 마치고

‘내가 쓴 구성안으로 촬영을 했다’는 사실에 혼자 들떠 있던 어느 날 피디님의 호출이 왔다.


“5층 편집실로 내려오세요, 작가님.”


그렇게 나는 룰루랄라 일대일 편집실에 내려가

6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 방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피디님 옆에 바짝 붙어 앉아 같이 컷을 고르고, 인터뷰를 고르고, 편집을 했다.


당시는 디지털 편집이 아니었다.


촬영본 비디오테이프와 빈 테이프를 넣고 초 단위로 ‘조그 버튼’을 돌려가며 편집하던 시절.

조금만 삐끗해도 다시 처음부터였다.

진짜 나의 작업실.jpg 2007년 당시 일했던 일대일 편집실과 내 노트북(*출처:내가 찍은 사진)

그날 나는 깨달았다.

일대일 편집실은 작가에게도, 피디에게도

일종의 감옥 같은 공간이라는 걸.


‘촬영과 편집은 피디가,
작가는 글만 쓰면 된다’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작가는 피디 옆에 꼼짝없이 붙어 앉아 같이 편집을 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은 구성과 리듬을 몸으로 배우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나에게 일대일 편집실은 지옥 그 자체였다.


창문 하나 없는 공간에서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생리현상을 분출했고,

담배를 펴 댔으며,

시답잖은 농담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밤샘 편집이 이어지면 그 좁은 공간에서 사람은 말 그대로 ‘발효’된다.


커피와 담배, 야근이 쌓여 좀비 같은 얼굴로 아침을 맞이하고

시커멓게 변한 얼굴로 눈부신 햇살을 보며 우리끼리 '출소'했다고 하기도 했다.


피디들에게는 야근의 터전이었고,

작가들에게는 공포의 공간이었던 일대일 편집실.


그리고 그곳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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