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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거북이 Aug 17. 2019

공동육아 어린이집 설명회를 가다

국공립? 공동육아? 일단 똑똑 노크해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설명회는 오전 11시에 있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준비하고 주차할 곳도 알아본 뒤 집을 나섰다. 이제 3살이 되고 4살이 되는 우리 첫아기가 맞이하는 작은 사회의 모습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이 생겼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염두에 두고 있다기보다 당시 살던 동네의 국공립어린이집 여러 곳과 영어를 가르쳐주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을 일 순위로 두고 있었다. 이사도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어떤 곳인지 알지 못하고 넘어가면 왠지 아쉬울듯했다. 어떤 곳인지 알아나 보자, 라는 심정도 솔직하게 있었다. 그리고 우리 첫아기가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함께 할 곳인데 당연히 이곳저곳을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차를 하고 공동육아 어린이집으로 갔다. 대문 앞에 '함께크는어린이집' 명패가 보인다. 알록달록 곤충과 어우러진 나무집 이미지, 크레파스로 쓴듯한 함께크는어린이집 로고. 아이다운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나중에 들으니 아래 왼쪽 로고는 2010년에 만든 로고이고, 오른쪽 로고는 왼쪽 로고는 2012년에 어린이집 조합원인 '밀'이라는 아빠가 만든 로고라고 한다. 어린이집 로고 하나하나 부모의 정성과 마음이 담겨 있다.)


함께크는어린이집 로고 © 함께크는어린이집


함께크는어린이집은 주택가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는데, 단독집이었다. 대문을 열자 키가 크고 작은 나무들도 있었다. 마당이 있었고, 봄이 되면 꽃이 필 것 같았다.

함께크는어린이집 겨울 전경 © 함께크는어린이집


한 켠에 겨울이라 흙만 덮여 있는 텃밭도 있었고, 여느 어린이집에서 보기 힘든 커다란 모래판이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었다.

함께크는어린이집 텃밭 여름 사진 © 비단거북이
함께크는어린이집 마당 한 켠 작은 인디언 나무 텐트와 좌측 파란천으로 덮힌모래놀이판 여름 사진 © 비단거북이


내부로 들어가니 아이들 장난감은 모두 나무이거나 헝겊, 종이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무와 헝겊으로 된 장난감들 © 비단거북이


화장실의 작은 변기들이 귀엽게 눈에 들어왔다. 주방도 깔끔해 보였다. 시설을 번쩍번쩍 새 건물은 아니었지만 어린이집 졸업생들의 사진도 곳곳에 붙어 있었고 졸업생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쓴 편지로 보이는 낙서도 있어 뭔가 정이 넘쳐나는 곳 같았다.


재학생 모꼬지 단체 사진 및 졸업생 졸업사진 © 비단거북이
어린이집을 졸업한 아이들이 교사에게 남긴 편지들 © 비단거북이


설명회가 진행될 장소로 가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온 많은 부부들과 그들의 아이들이 보였다. 2016년 10월이었는데 비록 몇 년 전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보통 이런 설명회는 엄마들로 북적하던 때였다. 그런데 아빠와 아이들까지 함께 한 설명회라니, 왠지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자, 공동육아 어린이집 설명회를 시작합니다!"


피노키오라는 어린이집 구성원 아이의 아빠가 자신을 집행위원장이라 소개하며, 설명회를 시작했다.

(피노키오는 세 아이의 아빠인데 세 아이가 모두 4살 터울이라 겹치는 기간이 하나도 없이 4세부터 7세까지 각각 4년씩을 보내다 보니 12년째 이 어린이집을 보내고 계셨다. @.@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어린이집뿐만이 아니라 전국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도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공동육아"란?


- 공동육아는 말 그대로 '아이들을 함께 키우자'라는 뜻. 여기서 '아이들'은 '내 아이'를 맡기거나, '남의 아이'를 보호해줄 때의 '아이'가 아니라 처음부터 '우리 아이들'을 함께 키우자는 뜻의 '아이들'임.

- 여기서 '함께'란 나뿐 아니라 이웃, 지역사회, 국가 모두가 우리 모두의 아이들을 함께 책임지고 키워보자는 뜻임.

- 즉 육아에 대한 어른들의 인식변화와 동시에, 육아를 통한 어른들의 생활변화, 그리고 크게는 사회문화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임.

- 특히 형제자매가 적은 요즘 현실에서 아이가 더불어 사는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고, 부모들도 더불어 살 수 있는 공동체적인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공동육아는 '내 아이 바라보기'가 아니라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기'임.



오메~ 거창하다잉~


문득 '함께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이 뭘까?에 대한 질문이 머릿속에 남았다. 나 개인적으로는 오픈된 사람임에 분명했지만 짝지는 어떨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돌아보니 우리 가정은 아기가 태어나고 우리 아기 중심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동육아'라는 것,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어쩌면 '함께 키운다'는 것은 한 가정이 혼자 육아를 해나가는 것보다 덜 고독하고 여럿이 어울리면서 아이가 더 자연스럽게 잘 어울릴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지금 혼자보다 ‘덜 힘들고’, ‘더 재미있지는 않을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리고 함께크는어린이집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었다. 1998년 8월에 개원하여 2013년 어린이집평가인증을 통과하고, 2018년에 20주년을 맞았다. 우면산과 함께 이렇게 긴 역사를 함께 하며 공동육아를 부모들이 이어오며 지금에 이르렀다니 놀라웠다. 긴 역사를 지탱하는 교육 철학과 부모의 마음이 모여 이룩해온 것이 아닐른지......


어린이집 운영은 투명하게 부모조합원과 교사회가 개별 방모임과 전체 조합원들이 모여 의결하는 총회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4-7세까지 연령대별로 방이 있었고 매년 모집 상황에 따라 일부 통합 운영이 일시적으로 될 때도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부모는 출자금(함께 정한 정관에 따라 중도 퇴소시 또는 졸업후에는 돌려줌)을 통해 터전을 확보하고 재정관리도 투명하게 이루어진다.


부모들이 소속되어 활동하는 소위라는 것이 있는데 터전 운영을 담당하는 운영소위, 조합원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 소위, 조합 재정을 담당하는 재정 소위, 어린이집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시설 소위, 어린이집 내외부 홍보를 맡고 있는 홍보 소위, 어린이집 식단을 영양교사와 협의하는 먹거리소위, 교사회 의견을 수렴하고 대변하는 교사회가 있었다.


함께크는어린이집은 다른 공동육아어린이집들과 다르게 '먹거리 소위'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전국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도 특이한 것이라고 한다. 졸업한 부모 조합원 중 한 분이 어린이집 아이들의 건강한 먹거리에 큰 뜻으로 열심히 활동하시면서 생겨난 소위였다. 그만큼 먹거리에 대한 함께크는어린이집의 애정과 관심에서 생겨난 것이리라.






이어 세시 절기에 따른 아이들의 생활, 하루 아이 생활 등이 소개되었다. 매일같이 우면산으로, 양재천으로, 양재시민의숲으로, 예술공원을 다니며 자연과 더불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나들이를 하고 자연재료로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낮잠 시간이 눈에 크게 들어왔다. 보통 어린이집에서는 점심을 먹으면 바로 낮잠 시간에 들어가는데, 함께크는어린이집에서는 점심 식사 후, 자유놀이 시간을 가지면서 소화를 시킨 뒤 2시부터 낮잠 시간이 시작되었다. 기존 어린이집에 보내며 아이가 먹고 바로 자서 체하지는 않을까 늘 이 부분이 걸렸는데 갑자기 나도 소화가 잘 된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함께크는어린이집 2016년 10월 당시 설명회 자료 일부 © 함께크는어린이집


100% 유기농 식재료로 알차게 만드는 먹거리 소개도 이어졌다. 최소 5년에서 8-9년을 이곳에서 장기근속하는 안정된 교사회와 이들의 경력도 끌리는 요소였다. 7세가 될 때까지 사교육을 하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약속을 하고 들어온다는 이야기도 덧붙여졌다.






소개가 끝나자 설명회에 참석한 부모들의 열띤 질문이 시작됐다.  


Q. 아토피가 있는 아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육됩니까?

A. 그 아이가 알레르기를 갖고 있는 식재료를 제외하고 대체 식재료나 다른 음식으로 대체됩니다. 이에 대해 담당 고사와 영양교사가 사전에 디테일하게 협의하고 대안책을 함께 찾거나 제안을 합니다.


Q. 공동육아어린이집에 들어올 때는 사교육을 하지 않기로 약속한다고 들었는데, 수영이나 축구도 안 되나요?

A. 발달단계에 맞게 아이들이 잘 자라날 수 있는 것에 대해, 그리고 아이들의 놀 권리에 대해 먼저 생각합니다. 또한 일상 속에서 자유놀이, 자연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이 그 속에서 얻는 것, 느끼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떻게 주도적으로 놀이하고 관계를 맺고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아이가 잘 풀어나갈 수 있을지 등에 더 가치를 둡니다.

또한 우리가 서로 이렇게 약속하고 함께 함으로써 주변의 사교육에 흔들리지 않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만약 아이에게 야구를 가르쳐주고 싶다면 토요일 오전에 시간을 내서 아빠들이 야구에 관심 있는 아이들을 모아 함께 야구를 하면 됩니다. 그렇게 함께 해나가는 것이죠.


Q. 미세먼지가 심한 날, 나들이는 어떻게 하죠?

A. 미세먼지가 너무 심한 날은 나들이를 진행하지 않습니다. 100, 30의 기준을 갖고 (현재는 작년 부모와 교사 간 회의를 통해서 미세먼지 나들이 기준이 90, 30으로 낮춰진 상태이다.) 나들이 여부를 결정합니다.


여러 가지 생각들과 의견이 오가는 시간이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뭔지도 모르고 따라온 남편도 설명회에 관심 있게 경청하는 눈빛이었다.






문득 우리 아이를 떠올려본다. 우리 아이는 어려서부터 야리야리한 느낌을 주는 딸이었다. 음식을 가리는 것은 없었지만 입이 짧은 편이라 항상 마른 축에 속했고 몸무게가 평균 이하라 항상 속상했다. 동네 지나가는 할머니들은 한 번씩 밥 좀 많이 먹이라고 말하는 것도 자주 들었다. 자연분만에 모유수유 13개월까지 했지만 타고나길 좀 여리여리 해 보이는 아이였다. 매일 자연 속에서 나들이를 하며 좋은 먹거리로 컸으면 싶은 마음이 당연히 클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름 시간을 내서 어린이집 하원 후 놀이터나 동네를 같이 산책은 하고 있었지만 부모가 매일 해주기엔 둘째까지 낳은 상태라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아이가 커갈수록 친구들과 이런 경험을 나누고 놀이하며 세상을 익혀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연 속에서 아이가 친구들과 형님들과 아우들과, 매일 나들이하며 건강하게 공동체 속에서 커가는 것, 도심에서 주로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에게 귀한 경험이자 추억이 되지 않을까.


그때 피노키오가 한 말이 머릿속에 남았다.


"공동육아의 꽃은 보통 7세라고 해요. 그땐 우리 아이들이 우면산 날다람쥐처럼 뒷산을 날아다녀요. 엄마 아빠도 쉽게 못 쫓아다닐 정도로 체력이 좋아져요.”



* 함께크는어린이집 홈페이지 (현재 4-7세 TO 있습니다.^^ 대기자 등록 가능^^) : https://modoohamkke.modoo.at

* 함께크는어린이집 공식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modoohamk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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