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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거북이 Aug 19. 2019

공동육아지원, 난생처음 가족소개서와 가족면접!!

우리 가정의 스타일, 지향점을 생각해보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인 함께크는어린이집의 설명회를 다녀온 뒤 나는 우리의 옵션을 점검해보았다.


첫째가 태어나고 얼마 안 되어 대기를 걸어둔 평 좋은 동네 국공립어린이집의 대기 순번을 여러 번 체크했다. 둘째가 태어났고 맞벌이였지만 아직도 국공립어린이집 순서는 오지 않았다.


그때까지 다니고 있던 가정어린이집은 좋았지만 규모가 너무 작았고, 처음 다닐 때보다 나들이 횟수가 현저히 줄어 월 2-3회 정도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나마도 시간이 짧았다. 무엇보다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한 피드백은 '잘 지낸다', '오늘 대소변은 어떠하다' 정도라 아쉬움이 있었다. 작은 규모인 만큼 아이를 잘 케어해주시긴 했지만 아이가 성장해가는 시점에서 계속 보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


그렇다고 일반 어린이집을 보내자니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설명회를 가기 전까지는 괜찮았는데, 오히려 나는 설명회를 다녀오고 단 한 가지, '수영' 사교육을 시킬 수 없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첫째 아이를 품고 있던 기간에 세월호 사건이 터져 생존수영은 살면서 꼭 익히면 좋으리라는 막연한 생각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었다.(그런데 나중에 수영이나 무용 전공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무용이나 수영을 배우는 것은 발육이 급격히 일어나는 유아기보다 조금 더 뼈도 단단해지고 안정적인 초등학생, 그것도 고학년 때가 더 좋다고 한다.)


그러다 염두에 뒀던 국공립어린이집에서 같은 날 전화가 두 통이 왔다. 첫째와 둘째, 모두 입소해도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입소하게 된다면 우리는 가까운 곳에서 이사를 하지 않고도 익숙한 동네에서 지낼 수 있었다. 물론 보육비를 추가로 지출하지 않고도 말이다.


만약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가게 된다면 우리는 다닐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이사를 해야 할 것 같았고, 낯선 동네에 적응을 해야 했다. 어찌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차 짝지가 뜻밖의 말을 했다.


"우리 아이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보내고 싶어. 내가 교육에 대해 생각해왔던 부분이 설명회를 가보니 거의 일치하더라고. 나는 영어유치원보다 이곳이 더 좋은 것 같아.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연 속에서 뛰놀며 즐겁게 지내는 곳, 게다가 다양한 어른들도 친근하게 지내면서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는 곳이야.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는데 덕분에 알게 되어 고마워."


"으... 으응?"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뭔지도 모르고 그저 내가 가자고 해서 동행한 짝지가 공동육아 어린이집 설명회를 다녀온 뒤 갑자기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뿅~ 간 것이다. 갑자기 '수영'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고, 더 큰 줄기로 우리 아이가 유아기 때 즐기고 느낄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게는 '자연과 가까이 지내며 호기심 왕성한 관찰력과 상상력으로 자유롭게 자연과 나들이'를 하면서 ’생활습관을 중요시하는 교육' 이뤄진다는 것에 대한 끌림이 너무 강했다.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한 달에 한 번 방모임을 통해 자세하게 피드백을 잘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 큰 메리트로 생각되었다. 아이에게 어떤 직업을 가져라, 라고 먼저 이야기하기보다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이고, 어디에 재능이 있는지도 기다리며 함께 찾아볼 생각이었기에 아이를 잘 관찰하고 그 이야기를 잘 전해줄 수 있는 어린이집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함께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부모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정기적으로 열리는 부모 교육 시간을 통해 생각을 나눈다는 것 또한 마음에 들었다. 짝지와도 아이 생활이나 교육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민을 마치고
가족소개서를 차근차근 써 내려가다




그리하여 공동육아 어린이집 입학신청서라 할 수 있는 가족 소개서를 쓰기에 이른다. 먼저 내가 가족 소개서를 러프하게 작성하고 남편이 의견을 추가하거나 보충, 수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리곤 질문들을 하나하나 읽어본다.


1) 부모님께서는 아이가 유년기(유아동기)를 어떻게 보내기를 바라십니까?

2)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대해 아시게 된 경위와 공동육아 조합 가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3) 아이의 건강상 특별히 공유해야 할 특이사항이 있습니까?(신체적 특징, 알레르기, 아토피, 특이체질, 발달 등)

4) 아이의 발달상태는 어떻습니까?(언어발달, 대소변 가리기, 장애 유무 등)

5) 부모 이외에 잘 따르는 사람이 있습니까?

6) 아이의 생활패턴은 어떻습니까? (수면시간, 식습관 등)

7)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특별히 중시하는 부분이 있습니까?

8) 아이의 출생 시부터 현재까지 주양육자는 누구였습니까? 혹시 변경이 있었다면 그 내용도 기재하여 주십시오.

9) 공동육아 참여에 있어서 부모 간에 충분한 합의가 있었습니까?

10) 현재 아이에게 시키고 있는 사교육 여부 및 있다면 어떤 것을 하고 있습니까?

11)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식단은 유기농 식품 위주로 구성되지만, 쇠고기, 달걀, 우유 등의 제공은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식단 운영에 대한 의견은 어떠십니까?

12) 아이를 등원시키게 된다면 주로 누가 매일 등원과 하원을 담당하게 됩니까?

13) 현재 거주지에서 아이를 등원시킬 방법은 무엇입니까? 이사 계획이 있으시면 알려주십시오.

14) 안정적인 조합 및 터전 운영을 위해 저희 조합 및 터전에서 합의하여 지키고 있는 주요 운영 규칙들입니다. 이 규칙들에 동의하시는지 여부 및 이 규칙들 중 사정상 지키기 어려운 사항들이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15) 기타 바라는 사항에 대해 적어주시면 향후 운영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6) 가족사진


질문들을 대충 보니 쉽게 할 수 있는 답변이 아니었다. 사실 자기소개서도 어려운데 가족 소개서라니! 아이를 낳고 난생처음 써보는 가족 소개서가 아니던가! 어쨌든 짝지와의 약속대로 내가 먼저 답변을 작성해본다.


내 아이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점검하게 된다. 우리 부부가 가진 스타일, 지향하는 가정의 모습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된다.


문득 그렇게 조용하고 인간관계가 좁고 부끄러움이 하늘을 찌르는 짝지도 공동체 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된다. 아빠 참여도 가끔 있는 것 같던데 이 또한 잘 적응할 것인가? 무엇보다 우리 아이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경험하며 잘 커나갈 수 있을까?

 

하나씩 답변을 해나가며 시간이 흐른다. 처음엔 어려울듯했지만, 그런데! 쓰다 보니 재미가 있었다. 내가 아닌, 우리 부부가 아닌, 내 아이와 우리 부부, 즉 '우리 가족'을 소개해야 하니 우리 가족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쓴 답변을 짝지가 보고 보충하거나 수정하며 우리 아이가 만날 보육이나 사회 환경에 대해서도 부부가 더 깊게 대화할 수 있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붙든 안 붙든, 이렇게 생각해보고 정리해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생처음 떨리는 가족 면접 X
아빠의 아이돌봄이 자연스러운 풍경
=이것이 공동육아어린이집의 분위기??!!



두구...

면접일이 다가왔다. 가족이 다 가야 했는데 부모랑 떨어질 수 없는 아이는 면접이 있는 방에 같이 들어가고 그렇지 않은 아이는 어린이집 중앙 놀이공간에서 자유놀이를 했다. 그곳에서는 당시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아이의 부모가 순번을 정해 면접을 온 가정의 아이돌봄을 해주고 있었다.

물론 부모와 절대 떨어질 수 없거나 낯선 장소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아이는 부모와 같이 면접 방에 들어가도 되었다. 아이 중심으로 유들 있게 이렇게 운영이 되는 것, 함께 어린이집에 다닐(?) 부모들이 직접 아이들을 함께 돌봄을 해주는 것, 무엇보다 그 아이돌봄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아빠들이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면접을 보러 들어가 보니 기존에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 아이의 부모들과 교사가 있었다. 미리 제출한 가족소개서 내용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구직을 위한 개인 면접이 아닌, 짝지와 아이와 함께 하는 가족 면접은 아무래도 떨리고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제 면접이 진행되자 나만 떨렸던 것인지 시간이 갈수록 이야기를 하는 것이 편안해졌다.


면접이 시작되자, 아이의 하루 일정을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잘 알고 있냐고 물었고, 아빠와 엄마가 함께 대화를 하며 가족소개서를 적은 과정을 신기해했다. 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컸으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나누고, 어린이집에서 합의하여 지키고 있는 주요 운영 규칙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을 들었다. 출자금에 대한 설명과 등원 시간은 9:30 이전, 하원은 오후 5시부터 이뤄진다는 점, 터전의 일일청소는 첫째 아이의 부모가 순번제로 월 1회 정도 담당한다는 점 등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린이집에 대해 우리 가정이 궁금한 점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개인 면접이 그렇듯, 어린이집 가족 면접 역시 면접관인 어린이집을 면접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한 점을 상기해보면 그리 떨릴 일이 아니기도 하다. 오히려 매의 눈으로 질문을 역으로 많이 하며 우리도 어린이집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가족 면접 팁 하나를 남겨보자면, 공동육아는 아빠의 참여도 중요하기에 면접 당시에 말을 그다지 하지 않더라도 '아빠가 꼭 참석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빠가 면접에 참여하지 않아 면접을 본 첫 해에 떨어지고 그다음 해에 다시 지원해서 어린이집에 들어온 가정이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면접을 마치고 첫째가 잘 지내나 방문을 열고 나오니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엄마 아빠를 맞는다. 혼자 밖에서 엄마 아빠와 동생을 잘 기다려준 첫째를 칭찬해줬다.

그러자 뒤이어 바람개비라는 아빠가 나타나 우리의 면접 시간 동안 첫째 아이가 어떻게 지냈는지 리뷰를 해준다. @.@ 처음에는 낯설어하다가 이내 나무 장난감 등을 탐색하다가 큰 울음 없이 잘 지냈다는 이야기였다.(어떤 장난감을 좋아하고 안 좋아했다는 둥 좀 더 자세한 리뷰였으나 2년 반이 흐르니 아이러니하게도 자세히 기억이 잘 안 난다^^;)


생각해보면 아무리 자기 자식이어도 아빠가 엄마 없이 아이를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오늘 처음 본 낯선 아이들에 대해 아빠의 아이돌봄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그런데 내 아이가 짧은 시간 동안 지낸 자세한 리뷰를 낯선 아빠에게 듣다니!!! 순간 이곳 어린이집에 다니는 엄마 아빠들이 크게 느껴졌다.


오, 이 어린이집, 뭔가 좀 놀라운데??!!




#라테파파 #가족소개서 #아빠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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