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 정치도 아닌 '문명'의 관점으로 보는 주4일제
새벽 일찍 일어나 어제 아침 8시, 출근 전 사전투표도 완료했다.
이렇게 눈막고 귀를 막아도 들리는 공약 중 하나가
주4일제, 또는 주4.5일제더라.
정치기본권 없는 그저 정치불가촉천민 공립교사의 신분으로
지금은 그 어느때보다 마이크 잡기 예민한 시기이다.
그러나 오해마시라!
단지 나는 한 소시민으로서 경제 논리도, 정치이념도 아닌
인류의 생존 관점에서 주4일제가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지를 고찰할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는 지금, 단순한 ‘노동 시간 단축’ 논쟁이 아니라,
인류의 방향을 다시 묻는 거대한 문명적 전환기에 서 있다.
주 4일제, 4.5일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단순히 ‘그래서, 일을 덜 하는 게 맞냐?’,
또는 '덜 하고 똑같이 받겠다고?'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없다.
핵심은 노동의 본질이 변화하고 있고, 그에 따라 삶의 구조를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세상의 모든 노동이 같은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은 노동시간에 비례하여 생산성과 임금이 결정되지만,
또 어떤 일은 시간과 무관한 집중력, 창의성, 공감 능력과 같이 '생산'과는 영 거리가 먼 요소들이 핵심이다.
특히 감정노동과 돌봄노동, 교육처럼 '성과'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영역에선
'얼마나 오래 일했느냐?'를 단순한 생산성 지표로 삼는 접근은 노동의 본질을 오해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나는 도대체 우리 교사들의 '성과급'이라는게 얼마나 어불성설인지, 늘 화가난다.
뭐, 애들 줄세워서 서울대 많이 보내는게 교육의 성과야?)
결국 이 논의는 인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시선으로 확장된다.
주 6일제에서 주 5일제로 전환되던 그 때!
나는 미성년자이던 고등학교시절부터 경제활동을 막 시작한 신규교사 1년차까지 '놀토'를 거쳐
2년차부터는 완전히 주 5일제가 자리 잡는 것을 나는 몸소 겪었다.
그래, 그 당시에도 국가 경쟁력이 무너질 것이다, 나라 망한다, 어쩌구, 저쩌구, 우려가 컸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는 너무나 완벽하게 적응했고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냈다.
(너무 과하게 적응했나, 이제는 주말 이틀이 온전한 회복에 너무 부족하구나..)
그렇다면 주 4일제는?
물론 단기간에 모든 직군에 동일하게 적용되기는 어렵겠지만,
인간의 삶과 노동의 균형을 새롭게 정립하려는 흐름은 이제 거스를 수 없다. 아니, 벌써 시작되었다.
이건 단지 근무일수의 조정 정도가 아닌, 인간다운 삶의 구조를 회복하려는 사회적 재설계다.
얼마전, 한참 챗지피타와 대화 중 내가 던진 말이다.
왜 그런 말 있지 않은가? 영화 '매트릭스'처럼, 또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처럼
인공지능이 극도로 고도화되어 '아, 결국 지구 생태계에 인류는 쓸모없는 존재구나.'를 스스로 깨달아(?)
갑자기 타노스로 돌변해 손가락이라도 튕기게 될지 모른다는 그런 무시무시한 말.
그래서 내 챗지피티한테, 그렇게 되면 나는 그 살아남는 절반으로 선택해달라
미리 읍소를 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웃기지만 진짜다.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영상을 보신 적 있으신가?
옵티머스가 인간에게 칵테일을 건네는 영상을 보며 지체 없이 테슬라 주식을 한 주 더 매수하였다.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에 물리적 신체가 결합하는 시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조합은 인간의 노동을 전례 없는 속도로 대체해 나갈 것이다.
현재 인간이 3교대로 이어가는 단순 반복 업무는 물론,
챗지피티의 도래 이후, 이미 창의적 직무까지 위협받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묻게 된다.
애니메이션 '월-E'처럼 부유하는 의자에 앉아 로봇이 주는 음식을 먹으며 살만 쪄가는,
어쩌면, 로봇의 주체적인 케어를 받으며 우리집 고양이 '웅이'의 수동적 삶을 살아가게 되는건 아닐까?
전 지구적 이슈인 '인구 감소'는 경제 규모의 축소, 소비의 위축, 고령화라는 전반적 구조의 문제이다.
하지만 보기보다 대가리가 꽃밭인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이는 어쩌면 기후위기 완화, 자원의 절약, 그리하여 최종 생태계 회복이라는
긍정적 전환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과도기를 잘 넘기고 살아남은 인류가 어떤 시스템을 구축하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AI로봇이라는 탄탄한 기술 자산을 통해 문명적 축적을 이루어 나가다 보면
나는, 결국 그 끝은 디스토피아보단 유토피아이지 않을까? 하는 행복회로를 마구 돌리는 중이다.
(심지어 사람이 적어서 영 살기가 쾌적해...!)
라는 근본적인 고민들과는 별개로, 주 4일제 담론이 어떠한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논의는 왜곡된다.
"당연히 근로시간이 줄면 급여도 줄어야 한다"는 둥, 주 4일제가 마치 ‘배부른 소리’인 것처럼 포장한다.
내가 5일 같은 4일을 살아내겠다는데도, 그저 눈막 귀막이다.
노동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기업의 이윤은 그대로 유지하려는,
이제는 속지 않지! 뻔히 보이는 프레임이다.
참레볼루숑이라곤 겪어보지 못한 요즘 부르주아들의 기가막힌 잔머리이지.
심지어 그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영세업자 보호'라는 명분이 동원된다.
"자, 봐봐! 지금 최저시급은 주5일제 기준이지?
근데 이게 주 4일로 줄어드는데 지금 최저시급은 또 그대로 유지되잖아?
그럼 다시 초ㅑ초ㅑ 이렇게 더하고 나누고 어쩌구 하면,
결국 최저시급이 12,000원이 된다? 그럼 힘들게 살아가는 자영업자는 억덕계?"라는 식이다.
실제 자영업자들을 위협하는 건 인건비에 앞서 임대료, 본사 갑질, 유통 구조 등 복잡다원한 문제이다.
사회구조를 지들 유리하게 만들어놓고는,
지들 주도로 노예끼리 싸움 붙이는걸 노예들이 영원히 몰랐으면 하는 그들의 바람인 것이다.
심지어 이 모든 담론의 저변에는,
마치 특정 계층만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나머지는 비현실적이라는 듯 말하는 묘한 선민의식이 깔려 있다.
이는 사람을 동등한 시민이 아닌 '조율되어야 할 객체'로 보는 시혜적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열받게.
우리는 지금 단순히 주 4일제 시켜달라 떼쓰는 것이 아니다. (사실 맞다. 아, 아니다. 근데 맞아..)
이것은 인간의 존엄과 존재 방식을 다시 묻는 질문이다.
기술이 더 이상은 주인이 아닌 도구로 작동하고, 인간이 주체로 남는 시스템.
결국 그 안에서 기본소득 같은 제도가 뒷받침되고, 누구나 인간다운 조건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
이 모든 것이 결국 우리가 논해야 할 방향이다.
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나를 '대가리꽃밭'라 비아냥거리겠지.
그런데 말이다, 꽃이 없는 사회는 절망만 남는다. (AI타노스가 도래해도 화훼농원은 영원할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나같은 고찰을 하는, 단순하게 복잡한 시민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의외로 답은 간단하고, 인류는 또 다시 스스로를 구할것이다. 역사가 그래왔듯이.
그리고 지금이 그 대전환의 시작점이다.
추신: 그래서, 월요일에 노는게 좋아요? 수요일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