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잘란잘란해요
요즘 별미는 문콕처럼 말콕 아닌가요. 수박향 난다는 은어. 주둥이 턱뼈가 새로 구입한 자동차 문콕처럼 반짝인다는 은구어銀口魚. 은구어의 말콕.
절수기를 사야 하나. 오랜 가뭄이 계속되네. 물가뭄. 말가뭄. 이런 가뭄이 지속되다 아이구 깜짝이야, 폭우가 들어 물가에 쓰러진 노란 창포.
이런 날에는 서있지 말고 누워서 은구어의 말을 배울까. 그 물가에서 웃자란 꾸지뽕나무 아래서 이런 말의 별미를 즐겨볼까나.
매일 아침 꾸지뽕나무 밑에 가 꾸지뽕 열매를 주워요-문태준 ‘별미’
꾸지뽕나무 아래 은구어는 이렇게 말하길 좋아할까. 힐링이란 말이 싫어 우리 링힐해요. 코로나가 질려 로나. 로나가 드디어 날 방문했네. 그렇게 말하니 로나가 예쁜 여자 아이 이름 같아. 이제는 은구어 턱뼈에 마스크를 쓰고 칩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이제는 꾸지뽕 열매를 새가 쪼아먹고 벌레가 갉아 먹어 놓아요-문태준 ‘별미
슬퍼해요라는 말이 아파 퍼슬해요. 퍼슬하지 말아요. 꾸지뽕 열매들이 로나처럼 붉게 매달린 한 해, 두 해. 세 해 그리고 또 반나절. 이 게으름뱅이야. 이렇게 나를 문콕해대는 말들. 그 말에 주눅들려 게으름뱅이 대신 름뱅. 그렇게 불러주는 당신은 정말 옳았다오. 름뱅, 우리 같이 산책 가자. 름뱅, 우리 책산이나 가자.
수박향 나는 은어만 별미인가요. 일1 잘하는 나 김덕심이라는 선거용 명함을 받아들고요. 나는 기어이 일1 못하는 라 름뱅이나 될까나요.
행다이네. 취착은 금물. 아이구, 허공하다. 랑사해요. 이런 눈 먼 새가 쪼아먹고 벌레가 갉아놓고 은구어가 물가에 풀어놓은 얇은 물결의 말들. 자동차에 난 잔기스 같은 말들. 아름다운 기형의 말들.
나는 새와 벌레가 쪼아 먹고 갉아 먹고 남긴
꾸지뽕 열매 반쪽을 얻어먹으며 별미를 길게 즐겨요-문태준 ‘별미
가끔은 힘내힘내 대신 가유가유加油加油. 대놓고 너 맥빠졌네 정신차려 하지 않고 뻑뻑하고 녹슨 날짜들에 기름칠하라는 별미의 말.
오늘 우리 가유가유해요. 아니면 귀엽게 혀짧소리로 쨔요짜요. 짜요는 중국어로 힘내.
가끔은 산책가자 대신 책산가자. 아니 그 대신 잘란잘란. 잘란잘란은 인도네시아 말로 우리 산책가자.
이런 말콕하는 날들은 조금은 벌레가 새가 쫘먹어 못난 꾸지뽕 열매를 반쪽이라도 별미로 즐긴 날.
로나도 이제 멀리 떠나가겠대. 그때 서운하다, 아니 운서하다 하지 말고요. 시원하다, 아니 원시하다 하지 말고요. 오늘은 틈을 내서 점심을 나누고 친구들과 잘란잘란해요.
수박향 나는 은어만 초여름 별미일까요. 오늘은 말의 별미를 즐기며, 꾸찌뽕해요.
*망우대, 근심을 잊는 받침대. 청화백자.
#문태준시인 #여름 #별미 #이문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