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숙#아르코문학창작기금선정작
*2019년 스위스 고도 2700m에 위치한 알프스 피졸 빙하Pizol glacier in the Glarus Alps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빙하가 녹고 에메랄드 빛 호수가 그 위에 생겼다.
러스크를 찻물에 담그는 순간
날카로운 빙하 조각처럼 자스민 피어난다
손때 잔뜩 묻은 동상 겨드랑이에서
(문자를 보냈는데
왜 받지 않는 거니)
별 모양 조롱박 줄줄 달린 테라스가
버려진 사원처럼 곧 무너질 듯하다
여신 동상 머리에는 가느다란 쇠꼬챙이
보석관 대신 박혀 있다
영롱한 동공은 새똥에 부식되고
탄탄한 팔은 동강난 채
단색 넥타이 맨 외근 직 사원이
바깥 테이블에서 딱딱한 러스크를 우적대고 있다
새들은 조롱박 수액을 빠는 대신
여신 머리에 꽂아논 쇠꼬챙이에 발가락을 휘감고
접시 위 빵을 가로챌 틈을 엿보고 있다
카페 직원이 타조 털로
진열된 도자기 인형 위 먼지를 턴다
여신의 동공 속으로 들어갔는지
한 쪽 동공으로 눈물이
빙하 녹는 물처럼 왈칵왈칵 넘친다
찍찍 갈기는 새똥이
여신의 대리석 우아한 치마 주름을 녹이고
오목하고 한 번도 꿇어본 적 없는
무릎을 망가뜨리고
수유를 한 번도 해본 적 없을 것 같은 한쪽 유방과
땅 한 번 디딛지 않았을 발가락을
부식시키는 동안
러스크 위 설탕은
크레바스처럼 녹아 끈적이고
새 부리가 점점 뾰족해진다
여신의 겨드랑이에서 자스민 가지 비명처럼 돋는다
매끈하던 도자기 인형이 쩌억쩍 기근처럼 갈라진다
(문자는 어디선가 오다가모르는 곳에서
서서히 녹아 없어진다)
이글대던 대전차 같은 태양이 녹아
앙징맞은 별 모양 조롱박에 장엄하게 담기고
딱딱한 러스크가 산산조각 나는 동안
점점 뜨거워지는 식탁을
레이스 식탁보에 유리구슬로
매달린 얼음 조각들과
그 위에 한 꺼풀 더 덮어놓은 비닐 덮개가
흐늘흐늘 녹는 동안
동상 머리 위 똥을 갈기지 못하게
박아논 쇠꼬챙이에 발가락을 말고
외쪽 날개를 개선장군으로 쫙 편 채
여신의 손가락에서 서서히 녹고 있는
호수 빛 새파란 에메랄드 반지를
탐스러운 유방에서
콸콸 쏟아질 우윳빛 빙하를
지구처럼 날카로운 부리로
낚아챌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xxx표, photo by 이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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