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쯔리

이문숙#아르코문학창작기금선정작

by 시인 이문숙

마쯔리가 핀다

새빨간 고막이 가지마다 웅웅댄다


기립박수를 치며

인공호수는 나를 고용하고 창출한다


화려한 화훼단지 관상용 꽃에게 시급을 받는

나는 축제 직전 일용직 노동자

출몰년도와 나이를 모르고 실명을 쓸 줄 모르는

새빨간 문맹


나는 나무의 최저생계군

4인 가구 소득에 가장 부족한 건 햇빛이라는 궁벽


검고 조악한 치아로

배달된 일회용 도시락이 나를 섭취한다


팬지들의 어록을 심으며

연로한 잉어들의 경축사를 대신 뻐끔거린다


오늘은 미세먼지에 비구름 탑재하기

꾀꼬리 성대 보수하기

연막탄에 무지개 띄우기를


오전 내내 수행하고는 쉬는 짬에

애드벌룬을 타고 잠시 졸았다


오후에는 휠체어 바퀴에 태양 장착하기

빽빽대고 우는 유모차 영아

공갈젖꼭지로 부풀리기를

원숙한 솜씨로


그러나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이인용 물자전거에 미아 명찰 달아주기

물의 페달에 지느러미 붙이기


부력이라는 걸 애초부터 믿지 못하지만

때로 이 사회를 물 위에 둥둥 옮겨놓는 걸

무엇보다도 좋아한다


가끔 전폭적으로 일하다 반대편을 보면

손톱 거스러미 밖으로 제트 분수가 솟는다


검은 손톱 속에

개량종 마쯔리라는 장미가

축포처럼 터진다


무미건조한 얼굴에

장미수 마스크를 하고 잠든 물결들


찢어지는 천막과 쏟아지는

가판대 통통 튀는 동공의 언어들


그러면 내생에 물고기로 환생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물결을 덜어내고 호수를

엎지른다


당신의 물고기 얼굴을 발권합니다

당신이 몰랐던 어류의 감정을 즉석사진으로 인화도 하고

쓱싹 그려드리기도 합니다

그만 연미복을 벗고 이 속에서 유영해주십시오


지금 나는 이곳 일용직 물고기로 부지런히 쏘다니며

겨우내 부서진 수면을 열심히 뻐끔대며 손질한다


마쯔리라는 장미를

두개골에 꽂고


*마쯔리まつり는 축제라는 뜻이다


*close혹은Open, photo by 이문숙

#아르코창작기금#시#지옥철#축제의이면#축제라는허상#대체하고싶은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