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예절

이문숙#아르코문학창작기금선정작

by 시인 이문숙

레스토랑의

딸기는 빨갛고 혼절하고

검은 두건을 쓰지 않고


초록색 눈 아프간 소녀를 곁들이면

거의 완벽한 디저트가 된다


먼 추운 지방에서 살아야 할

썰매 개는

주인과 함께


한낮 염천에도 뵈지않게

쌓인 폭설에

빠지지 않기 위해


위태롭게 긴

불안정한

뻗정다리로 공원을 걸어간다


가령 극지에 자작나무는

이곳에서도

여전히 수피가 하얗다


설원 복사열도 없는데

백내장의 눈으로 뜨문뜨문

서 있다


저 뜨거운 광선이 만든

얼굴의 주근깨


초록의 홍채로

추방되기 직전 소녀 굴라가


레스토랑

벽걸이 모니터 속에서

뚫어지게 내려다보는

냉동 딸기


딸기는 점이 콕콕 박힌 허점투성이

은도금 나이프가 곁들어진


새빨간 두건을 쓴

소녀 굴라가 녹아 사라지기 전

더없이 얇게


당신은 여전히 식사 예절이 훌륭합니다

썰매개의 초점을 박아 넣은

눈부신 상들리에 아래


여전히 딸기는

만성적인 고통이나 슬픔이 없고

검은 두건을 쓰지 않고


음 소거된 화면처럼

형체도 없이


둔감한 혀를 얼리며

얇게

*Steve McCurry, Afgan Girl 샤르바트 굴라.

*빨강의 비명, photo by 이문숙

#아르코창작기금#시#난민#전쟁#평화#앙가쥬망

#prayfor이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