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숙
오늘 'sk하나로밴드' 담장에서 '불가시fire thorn' 나무 열매를 들여다 보아요. 가느다랗, 높다랗 불타오릅니다. 언어의 <불가시不可視>가 있다면 기꺼이 있다면, 저렇게 붉을까요. 열매가 오기 전 그 두텁고 파란 잎은 물이 많아 우리 존재를 태워없앨 불을 막아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당신이 지칠 때 이 조그맣, 가느다랗 알 듯 말 듯 보이지 않는 언어로 방화벽을 쳐드리고 싶어요. 이 불가시 이불을 덮고 오늘은 숙면하세요.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 작품을 브런치북 시집 <세심>으로 발간했습니다. 섬세도 섬려도 아닌 ‘세밀한 마음.’
-잠기지 않는 수도꼭지에서 똑똑 내 얼굴이 떨어질 때
-갖고 있는 가장 깨끗한 그릇에 내 얼굴을 받을 때
-빛 어룽대는 내 얼굴을 '쪼로록' 따라 마실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