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잘란잘란
채송화길 걷는다 해당화로 지난다 수거함 꿀럭꿀럭 토해낸 이불 그 위에서 수컷 비둘기 깃털 부풀린다 싫다는 암컷에게 사랑이라는 루머를 골골댄다 휘익 저공으로 날아 하교하는 아이들을 위협한다
사랑은 교미와 무엇이 다를까 나에겐 언제나 좋은 걸 유추하려는 습성 더러운 거미줄에서 이슬방울을 찾아 무얼 하려는 걸까
모란도 해당화도 아닌 신종 바이러스 구름 번진다 결막의 가로등 점점 붉어진다 <무단투기 적발시 고발 조치함> 과태료의 예보된 폭우 오보일까 아닐까 망가진 깃털 꽂고 기다린다
100% 자연산 속초 물곰치 수족관에서 튀어나온다 수 놓은 이불 파도 속으로 풍덩한다 민속음식점 앞 지게 작대기 내려논다 지고 있던 장작 무한정 젖는다
폭우 그치고 깜박 해 굴러 떨어진다 이런 오후가 비속하여 해당화길 걷는다 채송화들 종종 뛰어간다
불붙는 정오 보도블록 새로 깔던 이국인들 휴게 시간일까 이불 위 충분한 시체 자세다 악몽의 폐시멘트 가루 불법체류의 검은 채송화 씨
행복은 무엇과 교미하고 싶을까 폐업한 카페 유리창 고지문 절벽의 문체 <임대문의 행복중개소 전화번호 031-444-1004>
휴양지 바다로 위장한 테라스 목조 바닥 철썩댄다 표류하는 플라스틱 트리 풍성한 가짜 야자열매 바퀴 달린 트렁크 익사체로 떠돈다
이불 문양 속 날짐승 푸드덕거린다 뚜뚜 폭염 재난 경보보다 큰 경적 굉음의 배달오토바이 배기통에서 축포가 터지면 찬란한 색종이가 흘러나오면
이런 습성은 어디서 유래하는 것일까 결국 더러운 거미줄의 이슬방울을 ‘보석 같아’라고 말하고 만다 모란의 해당화의 비단금침의 필사본이라고 할까
<사랑도 질병이다>라는 뻔한 문장을 발에 걸고 해당화처럼 사뿐대며 걷는다 채송화처럼 살짝 살짝 뛴다
골아떨어진 타국 사람 태양도 그을리지 못한 흰 얼굴 폭발한 휴화산 화산재로 뒤덮인 재난의 휴양지 절해고도로 몰려든 특수기 관광객처럼 흘끔흘끔
그곳 원주민이 공연하는 민속무용 울긋불긋 요란한 복장과 달리 발만 살짝살짝 띄었다 놓는 이런 오후는 비속하여 이걸 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명랑이라는 이름의 습포제> 아픈 발목에 붙이니 모든 하루의 동작이 무용이 된다 폐시멘트 가루 부서진 화산재 한 스푼 기념품으로 챙겨 돌아오니 모든 날이 기념일이 된다 살짝 살짝 발만 띄어 놓기만 해도
*인도네시아어로 슬렁슬렁 산책하다
#오래된 일기#세렌디피티#공책보물#청년폐업#이주노동#긍정의횡행#위선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