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에기’라니
김혜순 시인은 애니메이션 키리쿠에 나오지 않는 번외편 다른 마녀 같다. ‘영감inspiration’을 싫어해 세상을 그것에 투사하거나 환치하지 않는. 선악의 지침을 조종하지 않는 마녀. 혈관의 피를 채취해 거기 담긴 철분으로 철사를 뽑아 내는 마녀. 아기/에기 영웅 키리쿠가 대적하지 않는 협력자 마녀.
그 철사로 광안대교도 만들고 쓰레기/쓸에기/에기가 담긴 어쩌면 껍데기들의 안전 처소일지도 모를 쓰레기들의 집, 쓰레기통도 만든다. 미술관의 일부였던 심문실도 건축하고 물렁물렁 어항 테두리도 제작한다.
작은 식물들의 실뿌리, ‘혼 몸 원’이지만, 혼자 몸은 아닌 듯한 유대의 감각. 혈액에서 물 아래 조류처럼 솟아나는 철사의 영구한 광물성. 광물은 여자도 남자도 아니다. 설치류도 바다 아네모네도 아니다. 녹이면 그 어떤 것도 가능한 ‘유동적’ 성별이다.
우리 ‘혼 몸’에서 휘돌고 있는 철분이 철사로 철근으로 끊임없이 ‘싱크로나이즈드’되면서, 세속의 피를 폐기한 빈 혈관이 줄로 악기의 현으로 ‘아네모네’되면서.
시인은 어떤 세상의 화형식에서도 아랑곳없이, 파괴적인 불의 빨강 아집과 편벽에도 ‘물렁물렁’ 작은 어항을 들고 작은 물고기를 미술관 콜렉터처럼 모으고 우리를 부르네.
여기 와서 이 불구덩이에서도 깨지지 않는 어항을 들여다 보라고. 물이 없는 물의. 절대 세상의 ‘영감’, 영감님이 관리자가 파괴할 수 없는 물렁물렁 어항. 거기 작은 물고기들을 급파하는 작은 ‘암컷 귀신’.
혈관도 어찌하면 몸의 어항이다. 오늘부터 빈혈을 관리해야지. 철분이 풍부해야 철사도 철근도 악기의 현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아름다운 ‘용접공’이 되니까. 고정된 시각과 청각에서 해방되어 영감님의 세상으로 진격하려면. 물의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 무희가 되어야 하니까.
손톱에 펜촉 토슈즈를 끼고 흰 피를 줄줄. 위태로운 어항을 우주선처럼 들고 이 춤은 시작되겠지. 이 광물성의 춤은 여성도 남성도 개도 독수리도 돼지도 아니니까. 차별도 선악도 도덕과 앙가쥬망도 관념도 고백적 진술도 아니니까.
#김혜순시인싱크로나이즈드바다아네모네#난다시선1#나이들수록여성시인들은시를잘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