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러지와 이미지

-해바라기

by 시인 이문숙

오랜만에 긴 연휴라고 하는데

가을 장마 같다가 아니다가


이걸 메리 루플은

스테플러가 뚫은 작은 구멍


그 구멍 속에 드는

있는지 없는지 모를


그 빛이라도 잡고

살라 한 걸까


동쪽 눈동자에서 새는

은은하고 빼꼼하기도 한


동물 때문에

아니 식물 때문에

뭔지 모를 뭣 때문에


알파카 털 금강앵무 깃 광대 풀 씨

보기만 해도 코 간질간질하고


붉은무당버섯 포자 강아지 털

매미껍질 뒹구는 이끼에도


신축 단지예요

한 번 전화만 받아주면

드릴게요


독일 산 노란 부직포

사용하면 미래에 일 보풀에게조차


재채기 터트리고

귀가 잉잉하고


유리 안으로 못 들어온

디스커버리 낡은 점퍼

입은 사람들


물 곰팡이 번지는 벤치 닦다가

평상에 괭이 오줌 훔치다가


자 여길 봐요

여길 보세요

흩어지면 안 돼요

걸레를 높이 드세요


나는 유리 속에서

물었다 물어봤다를

묻었다 묻어버렸다로 오타가 난

그 페이지를 막 보고 있었는데


오늘두 잘하셨어요

걸레를 일제히

해바라기처럼 들고요

흔드세요


사진을 송출해야 들어와요

뭔지 말 안해도 다 아시죠


거기 작은 구멍

스테이플러 찍은 구멍


스며드는 건

빛일까 아닐까


어깨에 노인 일자리 창출 노란 띠

두르고 동시에 걸레 흔들며

찰칵


보풀에 털에 깃에 포자에

작은 구멍이 달라붙어 내게 물었다

아니 묻었다


다들 부끄러워도

저두 어쩔 수가 없어요

증빙을 해야


유리 밖에서 파한 사람들

커피 한 잔 시켜

야외 테이블에서 종이컵에

나눠 담는다


종이컵에는

행복을 담으세요

새겨져 있다


하긴 여기가 황소가 뛰어든

도자기 가게는 아니니까


어떤 이는 이 종이컵으로 밀항선을 만들어

어디론가 떠나 거기선

흔해빠진 해바라길 먹으며 살 수도 있으니까


다시 유리 안으로 들어와

뜨거운 물 좀

한 잔이 여섯 잔으로 흩어졌다


재채기 수를 셌다

귓속 매미가 뺑하구 울었다


유리 안으로 오다가 밟은 개똥으로 점을 쳤다

유리는 맑고 투명했다

두께를 몰랐다


나는 ‘물었다’보다 ‘묻었다’가

더 좋아서

그 페이지 읽고 있었는데


<북쪽에서 오는 사람을 조심하시오>


유리 밖 노란 걸레 든 그들은 어떤 방향에서 왔을까

동서 남동 서북 북남 북북서 서남동

아니면 방향조차 없는 곳


이곳에는 북에 왕이 남에는 신하가 서남에는 백성이 서에는 악사들이


해설사가 설명할 때

동에는 누가 배치되나요

물어보지 못했다


노란부직포 걸레가 동쪽으로

고개를 트는 해바라기 같았어요

그 말이 맥락에 더 울리는 것 같아요


스테이플러가 뚫은 구멍

그 시점으로 보면


우아하게 노란 걸레가

해바라기처럼 빛을 당겨


그냥 묻지 말고

묻어야 했어

유리처럼 얇게 변해야 했어


*박물관 생활이 무미건조한 경비가 Anna Leporskaya의 ‘The Three Figures’에 볼펜으로 눈을 찍어넣었다.


*The photo doesn‘t do you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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