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잃어버려도
시인들은 다 그래. Y도 k도 M두. 시인을 배우자로 둔 친구가 말했다. 너무 예민하고 본때있게 우울해. 나 시 그래서 싫어.
아이쿠 어쩌지. 요즘 나는 갈수록 시에 얹혀사는 기생애착식물 같다.
S시인의 ‘섭攝’. 거기에는 세 개의 귀가 들어있다. 그 머뭇거릴 섭’을 읽다가 아끼는 진주헤어핀을 잃어버렸다.
K를 읽다가 오래된 산호은제브로치도 사라졌다. 준 사람에게 미안하여 충무로 왕십리 유실물센터에 다녀왔다. 이건 심지어 C의 유품.
N을 눈이 빠져라 들여다 보다가 대학교 때부터 하고 다니던 카메오를 어딘가 떨궈버렸다.
머뭇대니 속살대고 고요히 떠돌며 쫓으면서 어정대고 주저주저하다가 둥둥 복사뼈로 떠다니면서 쉬엄쉬엄 미쁘지 않은 나를 들여다 보게 되었다. 이런 모든 의미가 머뭇댈 ‘섭’에는 다 들어있는 걸까.
L시인은 황반변성 눈 때문에 장만한 선글라스. 한 쪽 알이 없어진 줄도 모르고 쓰고 다녔다 웃는다.
로마네스크 양식 사원. 반짝이는 모자이크tessera 형상의 눈은 이상하게 짝짝이다. 한 쪽은 신의 눈 다른 쪽은 인간의 눈.
렘브란트 ‘탕자의 귀환’ 속 아버지. 두 손이 전혀 다르다. 오른손은 여성의 손 왼손은 남성의 손.
누군가 잘 습득하여 특히 고운 할머니. 목련꽃백발에서 모시적삼 위에서 빛났으면 좋겠다. 버려지지 않았으면.
나는 시라는 ‘식물적 고귀함’에 살짝 얹혀사는 벌레 같다. 사각사각 시 읽는 소리 두 개의 귀 아닌 세 개의 귀로 들으려고 애쓴다. 아홉 개 귀九耳는 아무래도 너무 지탱하고 다니기 고개가 아플 것 같다. 무엇보다 더 머뭇대고 주저할 것 같다.
다 잃어도 세 개의 귀로 살펴보는 시가 있어 아직은 씩씩하거나 싹싹하다. 두 개 귀와 미간에 붙어있을 것 만 같은 하나의 귀. 시는 나를 고용하고도 물 한 잔 주지 않았는데.
#시읽으면오히려씩씩해져#잘표현된불행 #다음에서조회수1000을처음넘어보았어요 # 에디터님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