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우리를 알고 있을까
하랄드 솔베이그는 파란색 염료 때문에 탄광촌으로 간다. 훈데르트 바서는 땅 색깔을 얻기 위해 흰개미를 채집한다. 그곳이 시인이 말하는 허황과 처참이 없는 ‘생폴드방스적’ 공간일까.
나의 아니 우리들의 아직 건축 중인 중세 도시, ‘네모난 글터’. 한쪽에는 벽이 조금씩 무너지고 묘지 반석 금 가는 ‘유적지’, 우리들의 아름다운 버겁고 언제나 도망치고 싶은 ‘ruin’.
생폴드방스에 일주일 머문 기억. 미국 소설가 샤논 케인이 운영하는 ‘제임스 볼드윈’의 집. 거기서 몇 년 전 딸과 우연히 숙박을 했다.
그녀는 백인 여성이지만 흑인 인권 운동가로 자신을 ‘activist’ 라고 소개했다. 하우스 재정난으로 게스트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제임스 볼드윈은 흑인이며 소설가, 사회운동가. 1940년대 차별이 없는 파리로 와 글을 썼다. 카페 두마고Les deux magots. 여기서 폴 사르트르와 교류했다. 그들의 후원으로 생폴드방스에서 오래 머물렀다. 두 마리 붉은털원숭이.
나중에 정지돈의 파리 산책에 관한 글.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에 제임스 볼드윈이 나와서 반가웠었다.
지금 시인과 같이 눈동자를 열기구로 들어올린다. 생폴드방스를 환상비행한다. 읽고 있는 책의 한 페이지로도 기꺼이 거기 도착한다.
그곳 제임스 볼드윈. 마르크 샤갈. 인쇄업자 마그. 앙리 마티스. 미궁 골목. 가파른 돌계단. 종탑. 집 옆에 붙어있는 묘지. 보조보행기 끌고와 매일 수레국화 한 줌 놓는 여자. 등 구부려 닦아놓는 깨끗한 묘석.
어디선가 닭 울음 소리, 따끈한 달걀 구워지는 ‘제임스 볼드윈의 집’ 주물 팬. 잘 말려논 행주. 지중해에서 건져내고 있는 흰살생선. 어부의 찢어진 그물. 해풍과 탕헤르.
책상 위에는 ‘네모난’ 유적지. 가끔은 엎어져 폐허를 깨우고 일으켜 보려는 오딜롱 르동, 부유하는 열기구 풍선에 달린 거대한 눈동자. 붉은털원숭이 안경도 빌려서.
#김경미시인 #모네와카유보트는왜트루빌로갔을까 #시인의얇은공책에모은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