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분의 3 혹은
통말통말 앓다. 결국 감당하기 어렵다. 테니스 공 치는 소리. 이전에는 경쾌하다 생각했는데. (두개골)퍽 퍽 터지는 소리. 옆 동 사람들은 특히 소리 민감한 귀앓이들. 불면과 두통. 가파른 심장 박동, 눈꺼풀 떨림 현상에 시달리겠다. 지터gitter. 눈꺼풀의 타란텔라. 독거미 춤.
휴일인데. 혼자 볕 잘 드는 곳으로 내원하여 거미처럼 앓고 싶은데. 흠뻑 땀 흘리며 쌓인 독거미의 독 빼고 싶은데. 퍽 퍽. 조금 있다 다시 퍽.
들어가나요, 그날의 빛 날씨
그 속으로
환대받는다는 느낌이 든다면 기분이 좋겠지
- 안태운 ‘그날의 빛 날씨’
통말통말하다. 분산하려고 나와서 걸어봐도 퍽. 다시 퍽. (두개골)퍽 퍽 터지는 소리. 이명동굴 현상. 일정 간격 있어 더 야수의 뻣뻣한 불꽃수염 같다. 멀리 가려도 소리가 포획하고 잡아당겨 거미줄 속에 수감한다.
어느덧 역까지 온다. 에스컬레이터가 하부로 내려가는 오르페우스 리라. 리라의 철현. 날카로운 철현의 탄주.
거기 오늘도 있다. 지하철 대합실 의자로 출근하는 여자. 기둥을 둘러싸는 팔각형 인조 대리석 의자. 그 한 칸이 그녀의 집무실 옥타곤이다.
검고 낡은 레자 가방. 공포조차 없는 시선. 눈동자에 담긴 깊늪새거미.
좀더 즐거운 일을 해보자
좀더 이롭고 기쁨이 되는 일을 해보자
- 안태운 ‘그날의 빛 날씨’
지나가는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훑는 몸돌림. ‘고개’만이 삶의 연유를 안다는 듯. 고개는 퍽, 다시 퍽. 그들을 지나가는 그들. 스매싱의 내리꽂기. 테니스채의 팽팽한 조율. 다시 퍽. 그들을 수감하고 마는 독거미 시선.
안녕하세요. 여기 검은 덩어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당신이 보여요. 지상에 안착하자마자 녹는 눈섞임물처럼 당신이.
오후에는 걷고 있을까
내가 만난 사람들의 즐거운 표정과 호방한 웃음을
어느새 깊어지는 머뭇거림과 고적함을
- 안태운 ‘그날의 빛 날씨’
그 여자는 집도 있고 샴푸 냄새 나는 머리도 있다. 깔끔한 검은 버버리도 잘 닦인 검은 로퍼도 있다. 검고 흰 장조와 단조의 교차.
그녀의 펜타곤 아니 옥타곤. 팔각형으로 구획된 집무실 한 쪽에 들어서자마자 신발을 벗어 한쪽에 나란히 둔다. 지하철 젖은 바퀴 굉음 안치소.
그날의 빛 날씨를 낙천적인 사람으로 대할까
통일을 하고 사랑을 하고 동물을 하고 식물을 하며입체를 그렇게 해본다는 마음으로
- 안태운 ‘그날의 빛 날씨’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이 의자로부터 퇴근한다. 이리저리 돌리며 퍽퍽 내리치던 ‘고개’를 접어 8번 출구. 에스컬레이터를 놔두고 계단으로 올라간다. 집 현관 맨발로 선 청금색 옷 ‘푸른 여인’ 상처럼.
오늘은 그 여자에게 찰토마토라도 하나 건네려고 다가가다 그만 둔다. 그 여자가 무엇을 먹는 걸 한 번도 목격하지 못했다. 오목한 스푼처럼. 뺨 깊게 파였다. 야위었다. 눈자위 쑥 들어갔다. 지상에 없는 음식에만 손을 뻗을 것 같은 위엄. 깃들어 있다.
그녀의 직업은 뭐였을까. 보험 외판원 같은 외근직이었을까. 혼자 하는 번역가 공예가 매듭장인 한복쟁이 화가 원예가 작가. 아닐 것 같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설득하고 계약에 서명을 성사시키는. 그런 일만이 그녀를 활기에 차게 할 것 같다. 관자놀이 푸른 정맥.
상점 앞에 나와 엎드려 산들거리는 개의 마음으로
훌렁훌렁하는 고양이의 마음으로
- 안태운 ‘그날의 빛 날씨’
‘검은 눈섞임물 꾸러미’. 그속에 수없이 낡고 너덜너덜한 증서의 복사본. 그것들의 건축물.
치매보험. 가장 신생아처럼 최신의 배내웃음을 지을 것이다. 아직 통말통말한 사람들도 치매인지도 검사를 권유하는 사회. 기억의 타란텔라tarantella 독거미 춤에 쏟는 식은땀.
그게 뭐였더라 기억나지 않는 지금 당장. 해변 사라진 모래사장에서 헛바퀴. 헛바퀴. 공전하던 헛바퀴. 기억의 타란텔라.
지나가는 사람을 관통해 어딘가 향하는 그녀의 화살표. 재빠른 화살표의 전환. 이 비좁고 가장자리 무너지기 시작한 대리석 의자. 거기 앉아서 추는 춤. 선술집이라는 의미를 가진 차르다시Csárdás 같은 열정과 도취. 그러나 타란텔라는 차르다시와 달리 육체를 몰각하는 정신의 춤.
그녀는 나에게 같이 타란텔라를 추자고 권유한다. 손을 붙잡고 빙 돈다. 빠른 템포의 현기. 현기의 시늉.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살아가는 사람을 시늉한다는 마음으로 걸어갈 수도 있었고
사람을 어리둥절한 채 살아볼 수도 있었고
- 안태운 ‘그날의 빛 날씨’
내 독거미 육체에 갑자기 등장한 낙타. 사막가시풀을 우물우물 할 것이다. 갑자기 솟구치는. 보잉 747. 낡은 엔진의 굉음. 적란운의 강하. 갑자기 등장한 라마. 침을 뱉을 것이다. 갑자기 솟구친 얼룩말. 등의 얼룩을 엎지를 것이다.
바닥에 검은 얼룩. 뒹구는 일회용 컵. 우리의 신발을 강력하게 접착시키는 진떡거리는 시럽. 날거나 달아나거나 ‘금지’. 흡착이 전부인 춤. 비상 추월 탈주 변환으로 못 가는 춤. 거미줄 안에 앉아서 추는 늪새거미 다족류 발의 교차.
그녀는 나와 지나가는 사람 모두를 예측하고 설계한다. 기억의 타란텔라가 망가뜨려가는 우리의 지난한 육체.
치아가 다 망가졌네. 저사람은 연골이 없네. 저사람 림프종 이상이야. 저사람은 실명위험. 청력손실. 저여자는 누수에 취약하군. 여기 지나는 사람들. 중증은 없지만. 다들 일상의 재해 속 군락들이야. 재해 해악을 모르는 재해.
과거 못지 않게 미래로 교통하고 관통하는 퍽. 퍽 더 먼 곳으로 향하는 화살표. 질병과 환난과 조소로부터 더 아득하게. 미지. 불안한 운명. 실용적 검증과 대처가 긴요하지만 저들은 이미 훼손되기 시작했어.
용암 분출하는 휴화산에서 오는 불먼지에도 거기서살아. 그냥 살아. 그렇게 앞마당 불가시나무. 그 나무 휘감는 잘 편물된 거미줄. 타란텔라. 피난 가지 않는 평생의 원주민. 우리들이 그들 맞는 거죠.
팔각형 의자 한 칸을 차지한 그녀. 앉아서 미동도 없이 추는 타란텔라. 팔각의 방으로 구획된 새빨간 찰토마토 하나를 들고 선 그 앞에 나는 누구일까.
너는 너를 나뒹굴고 있군요
휘돌면서
술렁이면서
- 안태운 ‘그날의 빛 날씨’
이거라도 제발 드세요. 너무 창백해서 쓰러질 것 같아요. 빠른 템포. 8분의 3 혹은 8분의 6. 여전히 통말통말한 타란텔라.
팔각형 의자. 기억 속 팔각형 성냥. 날개달린 사자. 비사飛獅표 성냥. 불꽃 속 으르렁 사자. 사자가 삼킨 불꽃독거미 타란텔라.
* 가브리엘 뮌터Gabriele Münter, 안락의자에 앉아 쓰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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