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스민혁명 아니고 모과혁명
모과를 유자를
모딜리아니 눈 모양 도자기에
올려 놓으니 눈동자 하나가 생겨
울퉁불퉁하고 찌그러진
모과는 그래서 더 모과다워
유자는 더 유자 같아
아침에 깨여나면 거기서 향기가 나
정물화가 별 거야
이게 명화지
익모초도 쓰니까
집에 틀어 박혀 열심히 쓰기나 하자
싸구려 플라스틱 접시 아닌 도자기에 담겨져 나오는 익모초 정식을 두고
구절초와 싱아 사이
근채와 앵초 사이
편액 속 시뻘건 모란
이글이글 시들어 우릴 내려다 보고
뇌조는 인신공양을 한다는 그 천둥새 아니고
공릉 가는 길 고향 파주 뇌조리 그 뇌조 아니고
재생종이 냅킨에 새겨진
그 뇌조는 누에의 여신
아니 뇌조가 아니고 뉘조야
신농씨의 딸 잠농의 여자
새가 아니었구나 아냐
돌아서자 마자 그 뜻 잊어버릴까
냅킨 하나씩 가방에 챙겨넣고
구절초도 쓰고 익모초도 쓰네
인생두 쓰구 눈 어두운 얼마남지 남은 우리 인생두 쓰고 그러니 써야
도자기 위 희미한 눈동자
모과를 유자를 보다가
그 음식점
전채가 다시 차려지고
여기는 도자기와 유기만 쓴대요
아이구 보기만 해도 힘들어
유기는 그 옛날 기왓장으로 닦았어
모과와 유자는 그 뇌조 날아다니는 비문증 눈동자로
반질대는 칠기반상 봤을까
아니 뇌조가 아니고 뉘조라니까
전채가 치워지고
앞에 놓인 메로구이 세 점
파채 영양부추 장식 아주 얇디얇은 고기
세 점
셋이라서 딱 세 점이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찌글찌글 뚝배기가 아니네
아이구 쓰다 써
하긴 익모초두 쓰구 구절초도
쓰니까
근데 근채는 뭐구
앵초는 다 뭐야
신농씨가 딸이 다 있었어
성북동 가면 잠농터 선농단 있구
매해 왕비가 출두해서 제사를 지내구
돼지 머리를 받치고
피를 뿌려야 하고
신문지에 꽁꽁 결박되서도 모과는 유자는
여전히 향기를 도모하고
이래서 익모초구나
익모초도 쓰니까 우리두 써야지
써
괜히 구절초 할 걸 익모초 했다
뇌조가 누에를 건사하듯
이 놋젓가락으로도 쓰고 또
맞다 맞아 노랑이 아직 짜여지기 직전
덜 된 모과가 유자가 놓여있는 식탁
이게 명화지
정물화가 별 거야
뇌조면 어떻구 뉘조면 또
#김승희시인 #이진명시인 #모과유자#여성의작은혁명 #자스민혁명아니고모과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