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자 이야기

-독특하다 톡득하다

by 시인 이문숙

몸에서 가장 불필요한 게

눈썹 같아

야 그 눈썹 없는 여자 있잖아

두루미 아니 두루말이 화장지 이름에 있는 거

생각 안나

실제 가보니 아주 쬐그맣더라

수로를 낙엽이 잔뜩 막아놨네

보기만 해도 답답해


저 꼭대기 정수장 있잖아

땅 아깝다고 그 위에 뭐 만들었잖아

골프 비슷하게 채 휘두르는 거

공항 가면 두 번째 문으로 가세요

그거 뭐라고 하지


게 게이트 아냐

맞아 게이트 게이트볼 장으로 만들었대

땅에 아주 작은 문으로

공이 들어가야


야 낙엽 아주 미끄럽다

넘어지면 뼈 부서져

흰 챙모자 낙엽 한 웅큼 주워 던진다


야 하지 마

빨간 비니 그 낙엽 주워 빠진 눈썹에 붙인다

나 눈썹 그 이상한 화가 수염 같지 않아

시계 흐물흐물 녹는 거 그린


옛날에 미술 선생은 꼭 이렇게 말했어

독특하다를 톡득하다로


그 톡득한 그 화가 이름

무슨 다알리아 같은 이름인데

여기 있는 동안 머리가 더

나쁜 피사체가 됐어


내가 오늘 걔 붙들고 얘기했어

이래두 흥 저래두 흥 하지 말라고

너 같은 애 때문에 바른말 하는 내가

욕 먹는 거라고

밤 9시에 불 끄게 됐으면

테레비두 형광등두 꺼야지

그래두 걔 웃더라 미워하기가 어려워


노란 수건이 끼여든다

야 오늘 너 생일이지

낙엽 축복해줄게


근데 톡득한 그 남자가 한 명언이 있어

여자에게 머리칼이 없다면

다 동등해질 거라고


야 우리 모자 벗어버리고

수로에 낙엽두 다 파내자


근데 오늘 점심은 뭐래

국수래 국수는 배 금방 꺼지는데


야 근데 이 모자란 건 누가 발명했대

그 있잖아 그림 속에 귀부인 거

하녀 거 다 다르지 않아

신분을 구분하려고 그렇게 한 거 아냐

그럼 머리가 빠져서 쓴 이 모자의 신분은 뭔데


말 안해두 뻔하지 뭐


야 저기 국수나무 있다

가지가 국수처럼 쭉쭉 뻗어서

그렇게 부른대


야 우리 이까짓 모자 벗어버리자

혼자는 못하구 셋이니까

누가 힐끔대두 개이치 말고

개이 아니구 개의야


국수나무 잎 다 떨어지니

개의치 말구

잎두 나무에겐 머리칼 같은 거겠지

벗으니 정말 시원하다


낙엽 파내니 수로에 물길이 보여

가늘고 고물고물한 길이

정말 톡득하다


야 그거 들어봤어

별자리 머리털자리 성단


그 뭐지 가시 아니구 카시

카시오페이아

그렇게 떠들썩하게 밝지는 못하구

자잘자잘한 게 모여 있대

그래두 태양에 두 번째로 가깝대


너무 가물어서 그런지

수로 물길이 머리털 자리 같네


야 근데 너 정수리에 반짝이는 이게 뭐야

머리 나는 거 아냐

아 그 나쁜 피사체 머리에

아니 머리칼 카락


*Pablo picasso, Meni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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