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와 토종씨앗

-반지름 0.5Cm 미만의 휴화산.

by 시인 이문숙

류가헌. 오규원 15년 전 시인의 5주기 추모전 열렸던 불망의 장소. 시인의 사과 모양 나무퍼즐과 근시 안경 놓였던 곳.


그 대신 옛동료의 사진 마케트 maquette 포트폴리오 두 권 놓여 있다. 쿠바의 공기와 바람이 포착한 그녀의 여행 사진들에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콤파이 세군도 노래가 흘러나온다.


흙그릇 빚는 사람 등에 드리우는 검은 햇빛의 띠. 낡고 헌 벽을 지나가는 남자의 빨간 야구모. 화살표 아래 초록 봉고버스.


색과 빛의 페스타 속에 등장하는 일하는 사람들. 오마라 포르투온도의 ‘치자꽃 두 송이’가 어루만져주는 그들의 옆뒷모습. 여기엔 사람만이 아니다. 길고양이도 파란 문도 포괄한다.


B1 내려가 ‘토종 씨앗의 초상’ 또한 본다. 나는 나를 초상하기 정말 싫은데. 토종씨앗의 초상화. 씨앗을 초상하고 추상한다.


토종씨앗들, 처마에 매달린 그 작은 보석들을 보채는 바람의 파사칼리아, 카프리치오.


Seed see seek seep. 더불어백태 독새기콩 선녀비단동부팥 같은 이름들.


아버지가 처마에 걸어논 자색 토종옥수수 한 자루. 초봄 아랫목 면포주머니에서 발아하던 시큼한 씨앗 냄새. 반지름 0.5Cm 미만의 작은 것들의 휴화산.


다국적 종묘회사가 독점 못한 씨앗들. 런던 Portrait gallery 초상화와 비교 불가다. 나는 아버지의 자색옥수수 한 자루. 단지 ‘씨앗 이미지’ 소장자이지만. 그걸 수제 목제액자에 넣는 상상을 한다. 초상화이며 추상화이다. 아휴, 천덕꾸러기 같던 씨앗이 보석달걀 파베르제를 넘어선다.


씨앗seed은 보고see 추구하고seek 침투seep한다. 더불어백태한다.


옛동료들이 토종씨앗처럼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는 앞뒤옆모습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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