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과 춤

-조던 매터의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by 시인 이문숙


영혼의 사순절을 보낸다. 마음의 산란하는 찬장을 비우고, '간헐적 단식'으로 시간의 몸은 점점 가벼워진다. 그때 나는 유혹에 지지 않으려 음식 생각은 '금물'.

그러나 어떤 목적으로 '금지된 물질이나 질료'는 더 많은 먹을 것에 대한 갈망과 환상으로 더 호리호리해지기도 한다.

가벼워진 육신은 도약하려 발을 구른다. 그리고 빙글 돈다. 그리고 허공에 정지하여 허공을 맛본다.

맛본다맛본다맛본다맛본다맛본다.

가장 먼저 디저트 '에클레어eclair. 너무 맛있어 번개처럼 먹어치운다는 뜻으로 그런 이름이 지어졌다. 그 찰나 입 속에 고이는 찌릿찌릿한 뇌우와 혀의 즐거운 감전.

찰나라고 말하는 순간, 1/1000초의 도약은 어떤 기계의 도움없이 이루어진다. 야구 선수였던 조던 매터는 사진집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Dancers among us'의 사진들을 와이어나 트램폴린trampoline없이 촬영했다.

공의 스윙 같은 유선형의 고정, 찬연한 나비 날개에 핀 꽂기.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어떤 사진은 64번, 아니 수백 번, 비의 후줄근한 분수 아래서, 혹은 유모차를 끌며.

(뇌리에 부딪치는 유모차에 대한 특별한 생각, 그들이 유모차를 끌고 광장으로 나온 뒤 부가적 물음, 이럴 땐 저절로 눈시울이 파래져.)

그 다음엔 빈사의 백조를 안무한 '안나 파블로바Anna Pavlova' 라는 이름의 케이크. 흰자를 체쳐서 만든 빵 위에 하얀 크림을 올린다.

1905년 미하일 포킨Michel Fokine이 안나를 위해 만든 독무가 혀 위를 토슈즈로 콕콕 찔러온다. 그리고 '위무'하듯 하얀 크림이 무두질한다. 빈사의 백조는 파르르 깃털을 떨다가 허공으로 뛰어오른다.

마지막으로 영혼 '질러Seele'라는 이름의 바케트. 속은 촉촉하고 겉은 바삭한 이 '영혼'이라는 비구상의 물질은 이 이름의 바케트를 먹으며 매일매일 구현된다.

중학교 때 우리는 무용 시간이라는 게 있긴 있었다. 무용을 배운 기억은 그러나 도대채채채 없다. 도대체체체체.

(언젠가 '체, 퉤, 헐' 이런 말들을 뒤섞어 합창하는 필름을 본 적 있다.)

사립학교여서 우리는 무용 시간마다 새로 신축하는 교실의 벽돌을 날라댔다. 그 시멘트 독으로 손바닥이 부풀던.

아니면 통일로에 나가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화단을 만들고,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심고 잡초뽑기를 했다.

나는 요즘 운동 대신 춤이란 걸 동사무소에서 배운다. 그 많은 스텝 이름들. 셔플 락 앤이거나 락킹 체어, 위브 스텝 등.

나는 그 중 '위브weave' 스텝을 좋아한다. 두 발을 뜨개질하면서, '그리움을 만지다'에 걸려있던 2400개의 컵받침의 나선형 이어짐을 돌아다 본다.

허공에 둥둥 떠있던, 저 색색의 컵받침이 왜 컵 아래 얌전히 있지 않고 저기 떠있어야 하나.

오늘은 악마의 물이라는 뜻의 'Aqua Diantre'를 배운다. '독한 술'처럼 이 음악에 비칠거리며, 그 시절의 '벽돌 나르기'를 춤으로 추워(춰의 색다른 무용적 표기)본다면.

이 지나간 사춘기의 그 '싫다싫다싫다'고 항의 한 번 못해 본 그 시절의 삶도 춤이 되려는지.

간헐적 단식으로 육신이 가벼워지니 나는 정말 '빈사의 무희'가 되고 싶다.

물이 오르는 버들의 파란 겨드랑이들.

-Jordan matter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Dancers among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