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른

-홀로 그리고 같이, 날개 없다

by 시인 이문숙

저기 어른 김장하 선생님 가신다. 저기 프리모 레비 가신다.


우리 이쁜 블루앤젤 동생들에게 새로운 영감 불어넣어 주신다.


일산 율동, 밤나무골 공원 앞, 갤러리 ‘그림 뜰’. <홀로 그리고 함께> 전시회. 권영순의 세 번째 전시회다.


여러 그림에서 프리모 레비나 진주 한약방 김장하 선생님을 보았다.


동네에 어른들은 어디나 계신다. 그림 뜰 앞 왕벚나무 아래 젬마님 세워두고 하얀 폭죽을 터뜨려 본다.


평생 안해봤던 거 다 해보고 싶으시다는 화학자. 시골 샘내 방앗간집 딸이라 만져보지도 못한 피아노도 하시고 있다.


블루앤젤 동생이 외친다. 저희와 댄스도 같이 배우세요. 체육 시간에 댄스는 많이 하셔서 자신 있으신다. 저희가 지금 임프로로 축하 공연 해드릴까요. 그림 속 도토리가 배꼽 빠지게 웃느라 또르르 굴러 나온다. 와, 박수.


후곡 마을 잔치와 같다. 리북에서 나온 자서전적 일기 책 주신다. 읽어만 줘도 땡큐죠. 다과, 커피도 오는 사람.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다 대접한다. 그림도 책도 기쁨도 상업이 껴들 틈 없다. 내가 풍성하니 덜어야줘. 실비아 플라스로 박사를 받은 블루앤젤 한 동생은 ‘환대hospitality’를 오랜만에 만났다 한다.


저 그림 너무 젊은 감성이어요. 갖고 싶다. 오, 그래요. 며느리 그린 거예요. 블루앤젤 동생들이 말한다. 저 며느리 참 좋겠다. 시어머니가 그려 주시니. 아니요, 제가 되려 고마워 모델료 줬어요. 블루앤젤들 아우성친다. 저 며느리로 들어가면 안 될까요.


보석 젬마님 ‘귀여운’ 재치를 그림 곳곳에서 발견한다. 한 주제 아래 그린 열매 9개. 마지막은 붉은 찔레열매다. 9개 열매 속에 오디, 사철나무 개복숭아 등 열매 이름을 아이들과 젊은 엄마들 위해 재치있게 적어놓으셨다.


설렁탕집 명가원 앞 소화전에서조차 십자가 보시는 그림 그리는 화학자‘. 독수獨修자’라 자칭하시는 권영순. 블루앤젤 동생들도 저희 건성으로 살지는 않을 게요. 마음 디딤하며 그림 속 왕릉 앞 뒷모습 여자로 허리 곧추 앉아본다.


Who has not found the heaven- below-

Will fail of it-above-

For angels rent the house next of ours,

Wherever we remove-

-Emily Dickinson


천사들은 우리가 이사. 비로소 정주 아닌 이주할 때마다 앞집, 아니 옆집으로 오신다. 80대 천사는 날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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