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라 쓰려다가
요즘 왜 이럴까. 서대문 서울교육청 언덕 올라갔다. 순위고사 합격 후 발령 받기 전. 합숙훈련 했던 곳 보러. 경희궁 뒷편이다.
새벽 6시 기상. 운동장 구보. 종일 정신교육. 마지막 날 소감문 쓰기. 싫고 도망가고 싶었다.
출소 전날. 담당 장학관 L이 호출했다. 왜 그러지. 난 잔뜩 졸아붙었다. 날카로운 눈매. 감독하고 비판하는 사람. 교사로만 살지 말라 했다. 꼭 글 썼으면 좋겠다. 그말했다.
다른 예비들은 이 훈련장에서 다 채웠다고 썼는데. 나만 비워냈다고 썼다 한다. 앞으로 그득하기 위해. 노자 도덕경 빈 꽃병의 비유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딱 그 말뿐이었다. 그 장학관 자개 명패. 기억한다.
이제 그곳 출입 못한다. 그저 한참 올려다본다. 온갖 식물 플라워샵 앞. 그런 나에게 주인 나와 프리지아 한 가지 준다. 가게 이름 ‘비타민’. 주인의 색감. 형광빛 주황 운동화. 아주르azure 빛 텀블러.
어찌 오락가락 서성대는 마음 알았을꼬. 이 프리지아 땜에 오늘의 방랑 멈춘다. 집에 서둘러 가야 한다. 이 비타민 한 가지 때문에. 언덕 내려온다. 날도 흐린데 무슨 짓이야. 가서 이 한 가지 새득하기 전 측백나무 잎과 꽂아야지.
‘비타민’ 주인 말에 의하면 이제 교육청. 용산 수도여고 자리로 이사간다 한다. 가끔 시인 동료들과 갔던 이탈리아 음식점 아지오. 근대골목 체험관 되더니 폐쇄됐다.
거기서 사직공원 경희궁 쪽창문으로 다 보였는데. 처음 봉골레 마르게리타 알리오 이게 뭐지 했던 때. 그런 말 알게 되었던 그 골목. 근대골목 재현이라고 서울시 개발하더니. 그렇다더니 다 텅 볐다.
하긴 비타민이라 말하면 원어민 못 알아듣는다. 꼭 ‘바이타민’이라고 발음하세요. 국제관계학 전공 마크는 나를 자주 놀렸다.
‘너 Moon이라구. 야, 이름 바꿔. 카바레 바텐더 이름이잖아’ 하면 아니에요. 내 이름은 ‘seven daffodils’ 노래. ‘weave you moon beams for your necklaces and wings’에서 유래한 거예요.
그러면 눈썹 치켜올리며. 오, 좋아요. 좋아. Moon, moon beam. 학생들 까르륵 넘어졌다. 홍대 인디밴드 보컬 활동도 하는 마크. 가끔 연락없이 오지 않아 급히 땜방교사가 투입되기도 했다.
어디나 날카롭지만 따사로운 선생님 있다. 많지ㅡ않아도 가까이. 아, 또 한곳 내 영혼soul 한 쪼가리 사라지네.
아지오Agio는 ‘안락한’이라는 뜻. 안락. 안락하다. 그 말 허공 새기는 나 보고 언덕 아래 운동장과 숙소. 얼른 가서 두 발 쉬라 한다.
#교사훈련 ##프리지아 #과거속지금 #서대문비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