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 꽈리고추 감각
영화, 아무르. 보러 간다더니 새까맣 까마귀 잡수셨다. 비름나물, 취 없어. 꽈리고추. 오이 3개, 샀다. 두릅 엄나무 순 안 샀다. 터덜 오는데 지하철 방송, BTS. 혼잡 안전 질서. 퍼붓는다. 무감각이다. 나 기이하게 무감각이야.
화장과 부처의 무표정. 생명을 사물로 만드는 사물의 신비한 무감각
-롤랑 바르트, S/Z p. 88
갑자기 주엽 안 내린다. 지나친다. 벌떡 대화에서 인파 따라간다. 야채 보따리 들고. 이 아주머니, 날 들고 어디 가는 거야. 채소들 즈네들끼리 흉 본다.
또래 일본 오사카 여자들 다 차지한 공원 벤치. 낑겨 앉는다.
나는 지나가고, 관통하며, 분절하고, 가동시키지만 헤아리지 않는다.
-롤랑 바르트, S/Z
어젠 안에서 보고 오늘은 바깥에서 듣는단다. R/L. 안/바깥. 감각/무감각. 정지/가속.
한 여자 자리 뜬 사이. 가녀린 왜소 동양 여자 주저앉는다. BTS. 모든 노래 따라한다. 가사 다 안다. 좔좔 외운다. 와.
말레이시언이다. 파이낸스에서 은퇴. 일주일 혼자 여행. BTS 행적. 부산도 따라 간다 한다. 노구다. 무려 70대 후반. 마포 망원역 근처에서 자구 여기까지. 망원시장 호떡. 최고 최고.
BTS가 뭘까. 생활. 아무때나 쏴대는 사회의 총알. 불안의 총알. 스스럼의 총알. 이름대로 방탄 조끼라도 되는 걸까. 소년들의 형제애. 소녀들의 자매애. 화장으로 치장되지 않는 거친 총알 껍질. 발 아래 슬픔 패총.
벅석벅석하니 좋다. 군중들의 환호 박수. 박수 소리는 비단 BTS만을 향하는 건 아니다. 여기 모인 나/타자. 타자의 또 타자. 박수 받을 일 종내 없는 내가 박수 받는 것 같아.
노구의 작은 여자. 아니, 채소 보따리 들고. 당신 여길 어떻게 올 생각했어요. 내게 특별한 기억 될 것 같아.
일본 방송에선 중계되는지 아이패드 아래. 낯선 언어가 흘러간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부르카 쓴 여자 운다. 다같이 울부짖는다. 사월. ‘사’ 자로 시작되는 말. 사월 사상자 사고 그러나 끝내 사탄. 사탕 아니야, 아냐 ‘사랑’이다.
사랑. 사-랑.
여흥/폭압. 축제/전쟁. S/Z. S와 Z사이에 놓여있는 빗금 ‘/‘. 대조 사이의 막간극.
늘 얌전/광기. 침묵/발화 사이에서 혼란의 딸이었던 나.
말이나 글로 표현한다는 것. 하나의 언어. 그 지시체로부터 이동시키는 것. dépeindre.
-롤랑 바르트, S/Z
그 언어의 분칠, 화장. 지시체로부터 떼어내는 것. dé하는 것.
저 70대 여자의 보랏빛 점퍼. 보라. 빨강/파랑. 두 색깔의 대조가 거기서 절멸하지 않고. 섞임. 그 사이의 막간극. 섞이면서 벗어나고 ‘이동’한다.
돌변한다. 요즘 자주. 나도 저 여자들처럼 그런다. 음악만 꽝꽝대면 폭죽 터지면. 이제라도 내 몸 내 사지 육신. 내가 내 마음대로 사용해야지.
‘사’ 자로 시작하는 말. 사랑 사지 사용. 그리고 열반 낮잠 부처. 여자들의 화장에서 발견되는 신비로운 무감각. 사물의 무감각. ‘사’로 이어지는 ‘사물’의 신비로운.
모방mimesis를 통해 모사인 것을 모사한다.
-롤랑 바르트, S/Z
서로 모사되고 모사되는 여자들. 노구가 되어서야 다시 자신을 양육하는 여자들. 여자/남자. 중성에 가까워져서야. 나를 추구하고 추적하는 ‘사’랑의 여자들. 독단과 고정관념 지운다. 다시 칠한다.
춤추고 노래한다. 주저앉아 발 까딱대며. 대조가 창안해내는 이분법. 지우고 다시 분칠하고 태어난다.
무표정 부처의 감각으로. 새로운 사물들의 화장법으로. 보따리 속 오이 꽈리고추도 같이 춤춘다. 노래한다. 빠짝 돋아난다.
오이의 소름. 꽈리고추의 고불고불. 막간극이다. 이걸 채소적 사유라고 말해도 될라나. 중간자로서 잘 살아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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